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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정시퇴근 권하는 기업들 ‘행복한 일터 실험’

등록 2010-12-23 09:05

‘행복한 일터’는 임직원간 벽을 허무는 데서 시작됐다. 이성우 삼진제약 대표가 직원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려 찜질방에서 간담회를 열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진제약 제공
‘행복한 일터’는 임직원간 벽을 허무는 데서 시작됐다. 이성우 삼진제약 대표가 직원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려 찜질방에서 간담회를 열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진제약 제공
아시아나·한미파슨스 주1회 ‘자기 계발의 날’ 등
삼진제약은 구두방·세탁서비스 등 세심한 지원
창의성·자발성 높이는 효과…CEO들 소통 팔걷어
삼성화재가 지난달 연 ‘한마음 합창대회’에서 ‘강서의 자격’(팀·개인영업 총괄 강서사업부 임직원 등 35명으로 구성)이 ‘로보트 태권브이’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 삼성화재 제공
삼성화재가 지난달 연 ‘한마음 합창대회’에서 ‘강서의 자격’(팀·개인영업 총괄 강서사업부 임직원 등 35명으로 구성)이 ‘로보트 태권브이’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 삼성화재 제공
아시아나항공 경영지원 부문에서 일하는 김민정(32)씨는 매주 금요일 저녁 6시가 되면 서울 명동 한국문화센터에서 재즈 피아노를 배운다. 피아노를 배워보고 싶은 게 김씨의 오랜 꿈이었지만 처음엔 퇴근시간과 맞물려 선뜻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9월부터 회사가 매주 금요일을 가족과 함께하는 ‘패밀리데이’로 정해 평상복 차림에 정시 퇴근을 독려하면서부터 드디어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김씨의 회사에선 금요일 오후 5시만 되면 인사팀 직원이 사무실을 돌며 직원들을 퇴근시키라고 팀장급을 다그치는 진풍경이 어김없이 펼쳐진다. 이 때문에 금요일에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떠나는 직원들도 늘어났다. 직원과 직계가족은 항공료도 10만원대로 저렴한데다 편한 복장으로 출근했기에 퇴근 후 곧장 공항으로 달려갈 수 있다. 김씨도 올겨울에 가족과 일본 후쿠오카 온천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기업문화와 선호이유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기업문화와 선호이유

기업들이 ‘행복한 일터, 재밌는 일터’ 만들기에 한창이다. 이런 기업문화가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직원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높이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패밀리데이뿐 아니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오후 4시에는 문화 공연을 마련한다. 이달에는 남성 팝페라 그룹 ‘라스페란자’를 불렀다. 북카페도 지난 15일 문을 열었다. 자율 독서실로 운영되던 공간을 리모델링한 뒤 책 600권을 구입해 채우고, 신간 도서를 10분 정도의 시트콤 ‘북 드라마’로 제작해 사내 누리집을 통해 상영도 한다.

건설사업관리업체인 한미파슨스도 매주 목요일을 ‘자기계발의 날’로 정하고 오후 5시 퇴근을 강제한다. 또 매달 둘째 목요일은 특강을, 넷째 목요일은 영화 보는 날로 운영한다. 책 구입비를 해마다 20만원씩 지원하는 것도 특징이다. 직원 의견을 모아 6권을 구입하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정한다. 다만 달마다 독후감을 내야 한다. 매주 ‘시이오(CEO) 단상’이란 편지를 보내는 김종훈 회장은 “구성원이 먼저 만족해야 고객 만족이 따라서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고경영자가 팔을 걷고 나서 소통문화를 이끄는 경우도 많다. 이성우 삼진제약 대표는 2006년부터 20~30명의 직원과 돌아가며 찜질방을 찾는다. 딱딱한 분위기의 간담회나 술만 마시는 회식에서 속 깊은 얘기를 나누기 어려웠던 건 옛일이 되어버렸다. 헐렁한 옷을 입고 좁은 공간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으니 직급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직원들끼리도 한결 가까워졌다. 이 대표는 “신입사원과는 회사의 비전을 토론하고, 임원들과는 회사 경영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눈다”고 말했다. 삼진제약은 이색적인 서비스도 지원한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전 7~10시에 ‘반짝 구두방’을 열고 회사 비용으로 직원의 구두를 닦아주는 게 대표적이다. 직원 100여명이 이용할 만큼 호응이 좋자 최근에는 양복 다림질 서비스까지 도입했다. 가까운 세탁소와 계약을 맺어 영업사원이 언제라도 깨끗한 옷차림을 유지할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하는 것이다.

지대섭 삼성화재 사장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직접소통에 나선 경우다. 신입사원에게는 격려 메시지를, 출산한 직원에게는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 1주일에 두 번씩 대리·과장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열어 현장 이야기도 직접 듣는다. 지난달에는 부문별로 35명씩 7팀이 참여한 ‘한마음 합창대회’를 열어 부서간 화합을 다졌다. 지난여름에는 사원부터 임원까지 전 직급이 선수로 뛰는 소통배구대회도 개최했다. 지 사장은 “진정한 경쟁력은 부서간, 상하간, 회사-고객간 막힘없는 소통에서 생긴다”고 강조했다.

씨제이(CJ)그룹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 덕분에 삼성그룹에 이어 대학생이 뽑은 ‘취업하고 싶은 회사’ 2위에 올랐다. 임직원 직위에 따른 존대를 없애고 ‘님’으로 호칭을 바꾼 것이 수평적 기업문화를 이끌었다. 씨제이그룹에서는 복리후생도 기업이 일방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직원이 선택할 수 있다. 해마다 개인별로 ‘카페테리아 포인트’가 주어지는데, 누구나 그 포인트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복리후생을 고를 수 있다. 우리사주나 씨제이멤버스 카드, 자녀 양육비로 전환할 수도, 기숙사나 통근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직원의 기를 살려주는 데는 포상도 빼놓을 수 없다. 디에이치엘(DHL)은 해마다 아시아, 태평양,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린 ‘올해의 직원’을 선발한다. 선정 작업은 1년 이상 일한 정직원을 대상으로 국가별로 진행되는데 한국에서는 노동자 대표자가 직접 심사에 참여한다. 한국에서 올해 9명이 수상자로 뽑혔는데, 이들은 상금 500유로와 2박3일 해외여행 상품권을 받았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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