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등 공세에 ‘공동 대응’
한국에서 취업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본격 제공되기 시작한 1998년은 취업포털들의 춘추전국시대였다. 200개 남짓의 군소 사이트들이 난립한 상태였다. 이어 중견업체들이 잇따라 등장해, 선발주자인 잡링크, 인크루트, 스카우트, 잡코리아가 각축하는 시절이 한동안 지속됐다.
인터넷 취업시장의 지각변동은 ‘닷컴 거품’의 붕괴로 촉발됐다. 2000년 이후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벼랑 끝으로 몰렸던 대다수 취업포털들은 채용공고 전면 유료화로 급선회했다. 수입은 확연하게 늘었다. 그러나 게재 비용에 부담을 느낀 중소기업들이 이탈하는 바람에 게재되는 채용공고의 양은 이전의 10~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때 ‘다른 길’을 택한 업체가 후발주자인 잡코리아다. 잡코리아는 ‘부분 유료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프리미엄 채용공고’를 원하는 10% 정도의 업체에만 돈을 받았다. 초기에는 전면 유료화에 비해 수입이 적겠지만 장기적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클 것이라는 잡코리아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구직자들은 게재된 채용공고의 양에 변화가 없는 잡코리아로 쏠리기 시작했다. 구직자 방문 급증은 곧바로 프리미엄 공고 비용의 인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경쟁 취업포털들은 2006년 뒤늦게 부분 유료화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김화수 잡코리아 대표는 “경쟁사들이 재빨리 우리 모델을 따라오지 않을까 내심 조마조마했다”며 “그들이 방향을 틀었을 때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취업포털들의 또다른 위기는 네이버·다음 같은 거대 포털의 취업시장 진입이었다. 2004년 무렵 한 거대 포털은 주요 취업포털 몇 곳에 제휴의 손짓을 보냈다. 1~3위 취업포털 가운데 하나라도 응하면, 거대 포털이 취업시장을 싹쓸이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았다. 주요 취업포털 사이에 ‘공생을 위한 제휴 거부’의 공감대가 형성돼, 마침내 거대 포털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었다.
박중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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