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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퇴직 지원제의 ‘진화’…재취업 디딤돌 놓는다

등록 2010-06-02 21:04

삼성전기 퇴직예정자들이 전직 지원 프로그램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 퇴직예정자들이 전직 지원 프로그램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금융권, 계약직 재고용·중기 취업때 인건비 분담
대기업도 지원 체계화…구조조정 불신 극복해야
올해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 정년퇴직에 맞춰 기업들의 퇴직자 지원 움직임이 눈길을 끌고 있다. 퇴직자 심리상담과 창업·재취업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퇴직자들을 재고용하거나 중소기업과 손잡고 일자리를 알선하는 업체들도 있다.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라는 이름으로 퇴직자 전직 지원 제도가 한국에 도입된 직접적 계기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사태다. 기업들이 2000년대 초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그 후유증을 완화하는 방편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고령화로 중장년 퇴직자들이 줄을 잇는 요즘은 ‘제2 인생’을 돕는 실질적 지원 시스템의 하나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 한발 앞선 민간 대기업 퇴직자 지원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해온 대표적 민간 대기업으로는 삼성전기, 케이티, 포스코를 꼽을 수 있다. 삼성전기는 2002년 전담조직인 경력개발센터(CDC)를 설치해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해오고 있다. 2005년 말부터는 전직관리시스템(CMS)을 통해 체계적 퇴직관리에 나섰다. 심리안정·자기진단·목표설정(1단계)과 맞춤형컨설팅·전직성공·사후관리(2단계)의 단계별 프로그램으로 ‘될 때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퇴직자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으며, 프로그램 신청자의 창업·재취업 성공률은 90%를 넘는다고 삼성전기는 밝혔다.

케이티의 ‘라이프플랜’은 재직자에겐 재무관리·경력개발 등 생애설계를, 퇴직예정자에겐 퇴직설계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좀더 체계적이다. 2006년 커리어디자인센터를 개설하고 외부 전문가를 고용해 연령대별로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해오고 있다. 프랜차이즈업체와 제휴해 케이티 퇴직자의 우선입점, 가맹할인, 체험창업 등의 기회도 준다.

포스코는 인력개발 자회사인 포엠아이시(POMIC)를 통해, 퇴직예정자 교육프로그램 (GLD)을 운영한다. 자기 진단에 이어 재취업·창업 전략을 짜는 ‘성공설계 워크숍’, 부부간 파트너십을 돈독히 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부부 워크숍’, 맞춤형 컨설팅, e-러닝으로 구성돼 있다. 2001년 도입된 1년짜리 프로그램을 지난해 4분기 3개월 과정으로 압축했다. 퇴직예정자의 프로그램 참가율은 70%이며,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한다.

■ 금융권의 새로운 시도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희망퇴직을 신청한 관리직 직원들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퇴직자들로선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일을 더 할 수 있고, 은행으로선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로 고급 인력을 활용하는 이점이 있다. 부지점장급 이상 희망퇴직자 400여명 가운데 300명 이상이 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관리전담계약직’ 등으로 불리는 재고용 직원들은 단순업무가 아니라 감사나 여신 감리, 자금세탁 방지 모니터링 등 관리자급 업무를 수행한다. 급여는 퇴직 전의 70~80% 선이다.

우리은행은 ‘베이비붐 세대 명퇴 지점장 재취업 프로젝트’를 올해 도입했다. 명퇴하는 지점장이 중소기업에 재취업하면 2년 동안 200만원 수준인 급여의 절반을 은행에서 부담한다. 전체 명퇴 지점장 70여명 가운데 60여명이 신청해, 30여명의 재취업이 확정된 상태다. 반응은 매우 좋은 편이다. 대기업과 중기가 인건비 부담을 분담해 재취업을 돕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앞으로 퇴직자 지원 모델의 하나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주요 기업 퇴직자 지원제도
주요 기업 퇴직자 지원제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대부분의 은행들에선 55살이 되면, 줄어든 임금을 받으며 60살 정년을 채우든지, 명예퇴직을 하든지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선다. 임금피크를 받아들여도 그 직급에 알맞은 업무를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은행의 프로젝트는 명퇴를 선택한 중장년에겐 퇴직의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공기업인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은 지난해 8월 ‘시니어-프로’라는 이름의 계약직 재고용 제도를 도입했다. 기본급 170만원에, 6개월 단위 계약으로 최장 2년 동안 근무가 가능하다. 창업컨설턴트 등으로 일하게 된다.

■ 제도 확산의 걸림돌 대기업들은 과거 인력조정의 필요성이 절실할 때만 퇴직자 지원제도를 ‘반짝’ 활용하는 데 그쳤다. 그러다 보니 지원제도의 ‘진의’가 의심받기 일쑤였다. 현대·기아차처럼 노조 쪽의 불신을 우려해 거론조차 하지 않는 기업들도 있다.

더 큰 걸림돌은 기업들의 ‘성의 부족’과 퇴직자들의 무관심이다. 고용보험의 장려금이 지급되긴 하지만, 기업들로선 기본적으로 돈이 드는 일이다. 나가는 임원들에겐 예우 차원의 프로그램을 두고 있지만, 굳이 일반 퇴직자들까지 신경을 쓰고 싶지는 않다는 게 기업들의 일반적 정서다. 퇴직자들 또한 금전적 보상에 관심이 쏠려 있다. 교육이나 컨설팅 등은 실효성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강한 편이다. 전직지원 전문 업체의 한 관계자는 “고령화 시대에 기업의 사회공헌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중장년 퇴직자에 대한 지원”이라며 “퇴직자들도 제2 인생을 튼실하게 꾸려나가기 위해선 되도록 많은 지원을 받겠다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선진국선 보편화…국내 100여곳 도입

300만원까지 장려금 지급

1960년대 말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아웃플레이스먼트는 원래 최고경영자와 같은 기업 고위직 인사들의 전직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80년대 레이건 정부 출범 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중간관리직과 일반 사무직, 블루칼라 노동자들도 그 대상이 됐다. <포천> 500대 기업의 70% 이상이 아웃플레이스먼트 전문 업체에 맡겨 프로그램을 운영할 만큼 선진국에선 보편화돼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실직자들이 급증해 전직 지원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현재 이 제도를 도입한 한국 기업·기관은 100여곳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전문 업체의 도움을 얻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0억원대인 국내 시장을 외국계와 국내 업체가 반분하는 양상이다. 다국적 컨설팅 업체인 디비엠(DBM)·라이트매니지먼트·리핵트해리슨 등이 한국에 진출해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2001년 설립된 제이엠커리어가 대표적이다. ‘한국형’ 프로그램을 내세운 제이엠커리어는 국방부와 노사공동재취업센터 등 공공기관을 파고들어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고위 임원이 아닌 일반 퇴직자를 기준으로 프로그램 운영비용은 1인당 300만원 수준이다. 대체로 3개월 과정이며,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컨설팅과 사무실 등을 제공해준다. 미국도 사정이 엇비슷하다. 일본에선 비용이 1000만원 정도로 비싼 편인데, 전직에 성공할 때까지 돌봐준다는 이점이 있다.

전직 지원을 위해 고용보험에서 1인당 300만원까지 장려금이 지급된다. 중소기업은 그 비용의 100%, 대기업은 3분의 2를 지원받을 수 있다.

박중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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