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지자체 제각각
통합 DB 구축 등 시급
통합 DB 구축 등 시급
정년,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으로 몇십년 동안 몸담아온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중장년에겐 무엇보다 ‘친절한 도우미’가 절실하다. 퇴직에 따른 정신적 충격도 크고, 재취업이나 창업 시장에 발을 내딛는 게 젊은 층에 비해 훨씬 힘들기 때문이다. 일부 공공 프로그램들이 도우미 구실을 맡고 있지만, 기관별로 제각각 운영하다 보니 중장년 퇴직자의 원활한 이용에 장애가 된다. 서울·경기 등 지자체의 지원 센터들도 따로 움직이고, IBK기업은행과 같이 잡포털을 별도로 운영하는 기관도 있다.
중장년 일자리 찾아주기의 중요성은 고령화 진행 속도에 비례해 급속히 커진다. 취업 전문가들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이고 일관된 지원 시스템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 가운데서도 시급한 것은 정부가 구축한 시니어 구직자 통합 관리 시스템과 지원 대책을 바탕으로, 관련 기관들이 특성에 맞게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공공기관의 구직자 정보 독점에 불만을 가져온 민간 취업알선업체들도 참여해 지원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먼저 위탁과 산하 기관 활용을 통해 중장년 일자리 찾기를 지원해온 노동부와 중소기업청이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업계와 노동계를 참여시켜 운영해나가는 게 합리적이다. 실업급여 신청 과정에서 구직 희망 중장년에 대한 정보 파악이 가능한 만큼 통일된 양식으로 통합 데이터베이스부터 구축할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진흥원이 올해 초부터 준비 작업에 들어간 ‘시니어 퇴직지원 시스템’을 통합 시스템의 ‘원형’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진흥원은 창업에 무게를 두고 통합 프로그램과 정보 교류 인프라를 개발중이다. 이를 위한 기관·업계 협의회와 민간전문가·정책담당자 포럼도 계획하고 있다.
음식·숙박과 도소매 업종을 탈피하기 위한 고부가가치형 창업 모델 개발은 대학과 경제연구소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창업지원단의 자문을 얻어 진행중이다. 시니어의 특성에 맞게 경력개발형, 사회적 기업형, 네트워크 활용형 등으로 나눠 유망업종 발굴이 한창이다. 또 교재와 프로그램 개발, 시니어 산업·업종 전망과 창업 특성 연구, 국내외 사례 조사 작업이 상반기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기존의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들을 업그레이드해 여기에 접목하면 통합 시스템의 틀이 갖춰지고, 중장년 퇴직자들의 원스톱 이용이 가능해진다. ‘비자발적 퇴직’ 뒤 자신의 조건과 원하는 일자리 등을 통합 시스템에 등록만 하면, 체계적이고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퇴직을 전후한 중장년 생애경력설계의 기반이다. 생애경력설계는 중장년의 구직, 우리 사회의 효율적 노동력 조달뿐 아니라 중장년 개인의 합리적 노후 설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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