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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유행 이끄는 자부심…국제적 감각과 창조적 안목을”

등록 2009-12-09 21:09

롯데백화점의 선임 상품기획자가 회사를 방문한 주방업체 관계자와 상품 설명을 들으며 살지 말지 판단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의 선임 상품기획자가 회사를 방문한 주방업체 관계자와 상품 설명을 들으며 살지 말지 판단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이직 길라잡이 그곳이 궁금하다] ③ 롯데백화점
“롯데, 신세계, 현대 등 3곳을 비교할 경우 롯데백화점이 점유율 55%에 이른다. 그만큼 롯데백화점의 상품기획자(MD) 노력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게 이 일의 자부심이고 긍지다.”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 이원준 전무(53)는 자사 상품기획자의 장점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먼저 꼽았다. 협력업체로부터 상품을 살 때도, 새 제품을 선보일 때도 점유율과 비례한 영향력으로 시장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책상에 213명의 상품기획자 조직도와 사진을 깔아놓고 상품 구매를 진두지휘하는 이 전무를 지난 4일 만났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책임지는 상품기획자

스트레스만큼 권한 크고

국외 흐름 읽을 기회도 많아

협력업체와 소통 능력 중요

-상품기획자의 일은?

“상품 기획부터 생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상품이 생산되고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개발할 수 있고, 새 상품을 유행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하는 일이 많은 만큼 다양한 능력이 필요할 것 같다.

“상품 개발을 위해서는 안목과 센스가 필요하다. 올가을에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내다보는 안목과 이를 개발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여기에 롯데백화점 28개 점포의 매장 책임자는 물론 협력회사와의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국외에서 상품을 들여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글로벌 마인드까지 갖춰야 한다.”

-상품을 사는 쪽이어서 협력업체 위에 군림한다는 평가도 있다.

“사실 과거에는 일방적인 영업이었다. 협력업체 편에서는 백화점에 들어오는 게 홍보 효과는 물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여서 경쟁이 심했다. 이를 이용해 백화점 쪽에서 일방적인 지시를 하거나 강요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백화점의 경우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박하고, 온라인쇼핑에서도 판매할 수 있는 등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오히려 협력업체 대표이사를 찾아가 인사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름마다 직접 수박 두세 통을 사들고 협력회사를 방문한다. ”


이원준 롯데백화점 전무(53)
이원준 롯데백화점 전무(53)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겠다.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지만 그만큼 경험을 쌓고 발전한다. 생각을 달리하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또 가능한 한 서류 작업 등 잔일은 줄여주려고 노력한다. 과거에는 살 제품을 가져와 전시해서 평가를 한 뒤 구매품을 결정했다. 현재는 현장에서 바로 살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여기에 매년 3억원씩 스스로 사도록 한다. 그 덕분에 상품기획자가 칠레까지 가서 롯데백화점 창립 30돌에 맞춘 별도 와인을 마련할 수 있었다. 또 구치나 펜디 등이 창립일에 맞춘 특별 한정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만큼 자율성을 준다.”

-직장인으로 따지면 상품기획자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백화점 안에서 유통업계의 꽃이라고 불리듯 제일 권한이 많고,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하기 쉬운 곳이다. 월급을 받으면서 자기 사업을 하는 셈이다. 상품을 알게 되고 고객을 잘 파악할 수 있어 꼭 거쳐야 할 분야다. 외국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1년 가운데 적어도 10%는 외국에서 생활하도록 해 국외 흐름까지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회사 비용으로 도깨비 투어도 다녀온다. 그래서인지 이 일을 하다가 자기사업을 차려 성공한 사람도 꽤 있다.”

-채용 과정과 규모는 어떤가?

“수시 채용이 많다. 각 분야에서 경력자가 필요한 경우 내부 관계자의 추천이나 외부 헤드헌팅 업체 등을 통해 수소문한다. 이후 팀장, 임원 등의 면접을 거쳐 최종 결정한다. 필요에 따라 수시로 뽑다 보니 별도의 채용 규모는 없다. 또 나이나 성별, 결혼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능력에 따라 적임자를 채용한다.”

-경력 입사 후 업무 전환이 가능한가?

“순환 보직이 원칙이다. 전문성과 경력관리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려 한다. 상품에 따라서 3년이나 5년 정도로 업무를 바꿀 수 있도록 한다. 신입사원의 경우 영업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뒤 엠디(MD·상품기획자)로 온다. 이후에 다른 분야로도 원하면 갈 수 있다. 경력 입사자 역시 다른 분야로 지원이 가능하다.”

-롯데백화점의 연봉이 동종업계보다 적다는 평가다.

“최근 신입사원 면접을 했는데, 긍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부산에 오페라하우스를 짓고, 베트남 환경학교를 운영하는 등 사회공헌에도 열심이다. 또 여직원이 75%에 달하고, 내년에는 명동에 보육시설을 마련하는 등 가족친화경영에도 힘쓰고 있다. 연봉 면에서 임원회의에서도 외부에서 ‘짜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큰 차이가 없다. 오너가 연봉을 안 가져가니까 그만큼 전체 평균 연봉이 낮은 것일 뿐이다. 더욱이 57살 정년까지 보장해준다.”

-이직 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올해 100% 캐시미어 니트 의류 ‘니트&노트’는 중국에서 원모를 사서 이탈리아에서 염색한 뒤 한국에서 봉제를 했다. 이런 과정으로 다른 제품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었다. 물론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이처럼 새 흐름을 만드는 창조적인 마인드를 갖고 고객을 최우선적으로 하는 인재가 왔으면 좋겠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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