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의 선임 상품기획자가 회사를 방문한 주방업체 관계자와 상품 설명을 들으며 살지 말지 판단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이직 길라잡이 그곳이 궁금하다] ③ 롯데백화점
“롯데, 신세계, 현대 등 3곳을 비교할 경우 롯데백화점이 점유율 55%에 이른다. 그만큼 롯데백화점의 상품기획자(MD) 노력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게 이 일의 자부심이고 긍지다.”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 이원준 전무(53)는 자사 상품기획자의 장점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먼저 꼽았다. 협력업체로부터 상품을 살 때도, 새 제품을 선보일 때도 점유율과 비례한 영향력으로 시장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책상에 213명의 상품기획자 조직도와 사진을 깔아놓고 상품 구매를 진두지휘하는 이 전무를 지난 4일 만났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책임지는 상품기획자
스트레스만큼 권한 크고
국외 흐름 읽을 기회도 많아
협력업체와 소통 능력 중요 -상품기획자의 일은? “상품 기획부터 생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상품이 생산되고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개발할 수 있고, 새 상품을 유행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하는 일이 많은 만큼 다양한 능력이 필요할 것 같다. “상품 개발을 위해서는 안목과 센스가 필요하다. 올가을에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내다보는 안목과 이를 개발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여기에 롯데백화점 28개 점포의 매장 책임자는 물론 협력회사와의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국외에서 상품을 들여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글로벌 마인드까지 갖춰야 한다.” -상품을 사는 쪽이어서 협력업체 위에 군림한다는 평가도 있다. “사실 과거에는 일방적인 영업이었다. 협력업체 편에서는 백화점에 들어오는 게 홍보 효과는 물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여서 경쟁이 심했다. 이를 이용해 백화점 쪽에서 일방적인 지시를 하거나 강요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백화점의 경우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박하고, 온라인쇼핑에서도 판매할 수 있는 등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오히려 협력업체 대표이사를 찾아가 인사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름마다 직접 수박 두세 통을 사들고 협력회사를 방문한다. ”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겠다.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지만 그만큼 경험을 쌓고 발전한다. 생각을 달리하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또 가능한 한 서류 작업 등 잔일은 줄여주려고 노력한다. 과거에는 살 제품을 가져와 전시해서 평가를 한 뒤 구매품을 결정했다. 현재는 현장에서 바로 살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여기에 매년 3억원씩 스스로 사도록 한다. 그 덕분에 상품기획자가 칠레까지 가서 롯데백화점 창립 30돌에 맞춘 별도 와인을 마련할 수 있었다. 또 구치나 펜디 등이 창립일에 맞춘 특별 한정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만큼 자율성을 준다.”
-직장인으로 따지면 상품기획자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백화점 안에서 유통업계의 꽃이라고 불리듯 제일 권한이 많고,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하기 쉬운 곳이다. 월급을 받으면서 자기 사업을 하는 셈이다. 상품을 알게 되고 고객을 잘 파악할 수 있어 꼭 거쳐야 할 분야다. 외국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1년 가운데 적어도 10%는 외국에서 생활하도록 해 국외 흐름까지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회사 비용으로 도깨비 투어도 다녀온다. 그래서인지 이 일을 하다가 자기사업을 차려 성공한 사람도 꽤 있다.”
-채용 과정과 규모는 어떤가?
“수시 채용이 많다. 각 분야에서 경력자가 필요한 경우 내부 관계자의 추천이나 외부 헤드헌팅 업체 등을 통해 수소문한다. 이후 팀장, 임원 등의 면접을 거쳐 최종 결정한다. 필요에 따라 수시로 뽑다 보니 별도의 채용 규모는 없다. 또 나이나 성별, 결혼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능력에 따라 적임자를 채용한다.”
-경력 입사 후 업무 전환이 가능한가?
“순환 보직이 원칙이다. 전문성과 경력관리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려 한다. 상품에 따라서 3년이나 5년 정도로 업무를 바꿀 수 있도록 한다. 신입사원의 경우 영업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뒤 엠디(MD·상품기획자)로 온다. 이후에 다른 분야로도 원하면 갈 수 있다. 경력 입사자 역시 다른 분야로 지원이 가능하다.”
-롯데백화점의 연봉이 동종업계보다 적다는 평가다.
“최근 신입사원 면접을 했는데, 긍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부산에 오페라하우스를 짓고, 베트남 환경학교를 운영하는 등 사회공헌에도 열심이다. 또 여직원이 75%에 달하고, 내년에는 명동에 보육시설을 마련하는 등 가족친화경영에도 힘쓰고 있다. 연봉 면에서 임원회의에서도 외부에서 ‘짜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큰 차이가 없다. 오너가 연봉을 안 가져가니까 그만큼 전체 평균 연봉이 낮은 것일 뿐이다. 더욱이 57살 정년까지 보장해준다.”
-이직 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올해 100% 캐시미어 니트 의류 ‘니트&노트’는 중국에서 원모를 사서 이탈리아에서 염색한 뒤 한국에서 봉제를 했다. 이런 과정으로 다른 제품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었다. 물론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이처럼 새 흐름을 만드는 창조적인 마인드를 갖고 고객을 최우선적으로 하는 인재가 왔으면 좋겠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책임지는 상품기획자
스트레스만큼 권한 크고
국외 흐름 읽을 기회도 많아
협력업체와 소통 능력 중요 -상품기획자의 일은? “상품 기획부터 생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상품이 생산되고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개발할 수 있고, 새 상품을 유행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하는 일이 많은 만큼 다양한 능력이 필요할 것 같다. “상품 개발을 위해서는 안목과 센스가 필요하다. 올가을에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내다보는 안목과 이를 개발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여기에 롯데백화점 28개 점포의 매장 책임자는 물론 협력회사와의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국외에서 상품을 들여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글로벌 마인드까지 갖춰야 한다.” -상품을 사는 쪽이어서 협력업체 위에 군림한다는 평가도 있다. “사실 과거에는 일방적인 영업이었다. 협력업체 편에서는 백화점에 들어오는 게 홍보 효과는 물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여서 경쟁이 심했다. 이를 이용해 백화점 쪽에서 일방적인 지시를 하거나 강요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백화점의 경우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박하고, 온라인쇼핑에서도 판매할 수 있는 등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오히려 협력업체 대표이사를 찾아가 인사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름마다 직접 수박 두세 통을 사들고 협력회사를 방문한다. ”
이원준 롯데백화점 전무(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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