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가 가족친화경영의 일환으로 마련한 서울 대치동 본사의 ‘느티나무 그늘방’에서 임신한 여직원과 동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본사를 비롯해 3개 공장에 모성보호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제공
[이직 길라잡이 그곳이 궁금하다] ① 유한킴벌리
“회사가 크거나 안정된 것만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가치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진 것 같다.”
유한킴벌리 이은욱(53·사진) 부사장은 직장인들로부터 이직해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힌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한겨레>와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함께 벌인 설문조사(<한겨레> 10월29일치 22면 참조)에서 경영기획·전략 분야와 재무회계 분야에서 옮겨 가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삼성전자에 견줘 매출이 100분의 1이지만 직원들이 갖고 있는 자부심은 이에 못지않다”며 “일이 삶의 중심이라기보다 ‘삶의 일부분’임을 알게 해주는 곳이 유한킴벌리”라고 말했다.
신규사업·마케팅 분야 경력직 수요 집중돼…
공채와 승진차별 없어여성에게 기회 많아…
대기업에 급여 뒤져도 동료 배려 문화 강점
-직장인들이 이직하고픈 기업으로 꼽았다.
“우리 회사에는 대기업과 달리 기획조정실이 없다. 모든 사업부(가정위생용품, 여성위생용품, 유아위생용품, 산업용품)가 전략과 기획을 함께 가지고 있다. 4개 사업부가 함께 전략 기획을 한다. 다만 전반적으로 삶과 일의 균형을 찾는 기업문화가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이직률이 낮아 경력직을 뽑지 않을 것 같다.
“2008년 1689명이 일하고 있으며 평균 근속연수가 14년에 달한다. 이직률 또한 0.1%로 매우 낮다. 그렇다고 해서 경력직을 안 뽑는 것이 아니다. 해마다 신규사업 분야가 생겨 이에 따른 수요가 발생한다.”
-경력직 채용 규모와 과정은?
“최근 3년 동안 40명의 경력직을 뽑았다. 이들 대부분은 마케팅이나 신규사업 분야에서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회계나 재무 분야에서 경력직을 많이 뽑았다. 경력직을 뽑는 경우는 헤드헌팅회사를 통하거나 신입공채를 할 때 함께 뽑는 경우가 있다. 헤드헌팅회사를 통하면 서류전형 뒤 두 차례가 넘는 면접이 있다. 식사를 함께하는 면접이나 현장을 보여주면서 하는 면접 등이 있다.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구직자가 회사 분위기를 파악하는 동시에 회사 역시 잘 적응할 수 있을지를 검증한다. 공채로는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면접 등으로 진행된다. 내년에는 충북 충주에 4공장을 짓고 있는데 완공되는 시점에 경력직 채용이 늘어날 것이다. 특히 화장품과 관련된 영업, 마케팅, 제품개발 등의 분야에서 경력직 채용이 있을 것이다.”
-외국계 기업이라 국내기업만큼 이른바 ‘스펙’을 따질 것 같지 않다.
“스펙이라는 것은 없지만, 글로벌 인재에 걸맞게 언어는 물론 마음가짐 등 기본적 자질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요즘 외국계 기업의 단점이 국내 소비자를 모르는 측면이 있다. 국내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답게 생각을 글로벌하게 하면서도 한국 소비자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승진 기회는 경력직과 신입공채에 동등한가?
“차별은 없다. 오히려 공채가 손해 본다는 생각도 든다.(웃음) 특히 여성들에게 좋은 기회가 많다. 경쟁사에서 오는 분들도 있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이 빠른 경우가 많다. 그런 것은 미국 쪽 문화를 닮았다.”
-‘착한 기업’ 이미지 때문인지 실수를 해도 혼나지 않을 것 같다.
“잘못된 것은 질책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한다. 다만 일방적인 지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한다. 직원들이 공유하는 가이드라인(윤리강령)이 있어 이를 자발적으로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위반했다고 제재를 가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쓰는 자원이 이게 내 것이냐, 공공의 것이냐를 구분하게 하는 판단력을 키워주거나 좀더 확장해서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냐, 현재 세대를 위한 것이냐를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직장인들은 회사를 옮길 경우 복리후생이나 업무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다.
“돈을 따지면 대기업에 비해 뒤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배려다. 구체적으로 동료가 육아휴직(2008년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 45.4%)을 하면 그 사람이 맡은 일을 대신 할 수 있는 배려가 있다.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나눠서 하고, 당사자 역시 조금씩 해 육아휴직 뒤 업무에 금방 적응할 수 있는 문화가 있다. 또 탄력근무제를 운영해 자신들이 필요한 시간에 공부나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다. 교육 역시 평생 학습이 중요해 직원들이 개인의 발전 계획을 써내고 이를 회사가 지원한다. (유한킴벌리에서 사무직은 출근시간을 오전 7~10시에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생산직은 4일 동안 12시간 일하고, 4일을 쉰다.)”
-끝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
“긴 호흡으로 보면 이익도 ‘착한 이익’이어야 한다. 착한 이익의 개념은 자신은 물론 사회와 지구 전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한킴벌리는 삶을 크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일, 생산성 등을 얘기하지만 삶이 없어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정과 봉사활동에 신경 쓰고 배움의 기회를 찾는 활동이 회사로 돌아와 가치를 키울 수 있는 곳이 유한킴벌리라고 생각한다.”
글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공채와 승진차별 없어여성에게 기회 많아…
대기업에 급여 뒤져도 동료 배려 문화 강점
유한킴벌리 이은욱(53) 부사장
유한킴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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