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채용공고에서 계약직 및 인턴 비율 추이
신입 계약직·인턴 24%…정부 독려에 일반기업까지 확산
지난해 금융위기 뒤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서 비정규직 채용 비율을 점차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부터 청년실업 해소 방안으로 인턴 제도를 권장하면서 공기업을 중심으로 인턴 채용이 급증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2004년 이후 자사 누리집에 등록된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2007년까지 꾸준히 감소하던 계약직과 인턴 채용 비율이 2008년 중반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고 3일 밝혔다. 경력 사원까지 포함한 채용 인원에서 계약직과 인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20.2%에서 2007년에는 17.9%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008년 18.8%, 2009년에는 9월까지 23%로 치솟았다. 신입사원의 경우 비정규직 채용 비중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4년 신입사원 채용 공고에서 계약직과 인턴 비중은 18.2%였지만, 2009년에는 24.1%로 5.9%포인트나 늘었다.
특히 올들어 공기업들이 정규직 채용 대신 인턴으로 구직자를 흡수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심지어 정규직이 필요한 일자리인데도 인턴으로 뽑는 경우도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10월에 총 90명의 인턴을 뽑았다. 공사 관계자는 “4대강 사업 등으로 필요한 인원이 늘었지만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정원이 줄어 인턴으로 뽑을 수밖에 없다”며 “이들은 1년의 인턴 과정을 거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간 기업들도 인턴 채용을 늘리고 있다. 한국후지제록스는 올해부터 영업직 신입사원을 뽑을 때 6개월간의 인턴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영업직은 조기퇴직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업무특성과 적성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런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가운데 신세계, 대한항공 등은 예전부터 인턴으로 대졸공채와 승무원을 뽑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올 하반기부터 인턴 채용 비중을 전체 신입사원의 40%까지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구직자들은 이런 분위기를 전혀 반기지 않고 있다. 구직자 김아무개(26)씨는 “험난한 관문을 뚫고 합격해도 급여가 적은 것은 물론 여전히 고용이 불안한 인턴 신세는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조준모 교수(경제학)는 “인턴 제도가 학생들의 직무능력을 직접 볼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잘못 사용될 경우 청년들에게 임금삭감,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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