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욱(27)씨는 엘지(LG)디스플레이에 입사하고자 지난해 4학년 때 졸업을 한 해 미뤘다. 그는 이미 3번의 실패 경험이 있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 이어 올해도 2번 고배를 마셨다. 4번째로 도전중인 그가 조미진 인사담당 상무를 만났다. 조 상무는 때론 이씨의 질문에 되물으면서 많은 질문에 답을 했다. 이씨는 “4번째 도전하면서 많은 것을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모자란 구석이 있었다”며 “조 상무를 만난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었고 소신 지원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고 말했다.
-엘지디스플레이의 인재상은 열정, 전문성, 팀워크다. 이 가운데 열정이 가장 모호하다.
“스스로가 얻고자 하는 결과를 위해 바라는 것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의지를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의지와 이를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기업에 국한하면 입사하고픈 마음뿐만 아니라 입사해서 진짜 원하는 결과와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묻지마 지원’ 하는 구직자들이 많다. 서류전형에서 어떻게 구분하나?
“사실 서류전형에서 ‘묻지마 지원’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기업이다 보니 많은 사람이 지원한다. 서류전형에서는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구분한다. 이 과정에서 ‘묻지마’ 지원자가 서류전형에서 통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면접 과정에서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한 질문을 통해 걸러지게 된다.”
“입사 뒤 하고 싶은 목표 실행할 열정 보여라”
-과거 떨어졌던 사람이 다시 지원할 경우 어떻게 평가되나?
“한 번 떨어졌다고 지원을 막지 않는다. 긍정적인 부분은 ‘또 지원했구나. 소신 지원이네’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보다 불이익이 더 크다. 다시 지원한 경우에는 자신감과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자기소개서가 서류전형에 별 영향이 없다.
“이번(하반기 공채)에도 1만3000여명이 지원했다. 솔직히 서류전형에서 자기소개서를 다 읽어볼 수 없다. 대신 기본적인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서류전형을 진행한다. 학교와 전공, 성적, 어학 능력 등을 보고 자기소개서는 어느 정도 성의가 있는지 점검하는 수준이다. 자기소개서는 내용을 다 살펴볼 수 없어 작성량(바이트 수)을 가지고 판단한다. 일부는 작성량을 맞추느라 애국가, 교가 등을 적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면접에서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질문이 이뤄져 결과적으로 아주 중요한 영향이 있다.”
-졸업예정자와 기졸업자를 구분해서 뽑고 있다.
“졸업예정자는 좀더 학교를 다녀야 하니까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없다. 계속 사람이 필요해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인재상에 맞는지를 따지기 때문에 기졸업자와 졸업예정자의 차이는 없다.”
“탈락 뒤 재지원 땐 불이익 더 준비된 모습엔 좋은 평가”
-얼마 전 채용설명회에서 파주와 구미 지원자들을 구분해서 면접을 진행한다고 들었다.
“지원자는 자신의 연고지에 따른 근무지 선호도가 있다. 수도권 출신의 경우 구미 쪽으로 가고자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전략적으로 택한 것이 지역으로 나눠 뽑는 것이다. 지역별로 채용기준은 조금 다르다.”
-다른 기업과 달리 40분가량 면접관 4~5명이 지원자 4~5명을 면접하는 것밖에 없다.
“한 번밖에 없지만 면접관들에게 지원자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줘서 많이 알고 들어가게 한다. 면접에서는 인성과 전문성을 점검한다. 지원자들의 경우 어학 실력만 내세우는 경향이 있는데 전공에 따른 전문성도 중요하다. 면접에서 전문성에 대한 질문을 통해 대답방식, 표현방식 등을 통해 인성까지도 점검한다. 지원자들이 인성에 관한 질문이나 전문성에 관한 질문만을 받았다는 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형평성이나 일관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 지원자들은 군대식으로 부자연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더 좋다. 또 눈을 잘 마주치는 것도 좋은 영향을 준다.”
-면접에서 첫인상이 미치는 영향은?
“밝은 인상이 좋다. 미남, 미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태도와 성격을 말하는 것이다. 몇 마디만 해보면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의지를 알 수 있다. 바깥에 드러나는 것에 신경 쓰는 것보다 긍정적인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 또 세상에 대한 균형된 시각을 가진 사람은 인상에도 나타난다. 외모 대신 하고자 하는 일이나 환경에 대해 균형된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게 좋다.”
-면접을 하다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면접에 들어오면 ‘의자에 등을 기대고 편하게 앉으라’고 한다. 그만큼 긴장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더라. 스스로 훈련하면서 긴장하더라도 잘 대답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또 면접관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거짓말하는 것이다. 솔직한 답변이 면접을 볼 때 매우 중요하다.”
“눈 자주 마주치는 것도 면접에 긍정적 영향 준다”
-업무 강도가 강해서 버티기 힘들다는 인식도 있다.
“지원자들이 ‘아오지 탄광’이라는 말도 한다고 들었다.(웃음) 대한민국에서 정보기술(IT) 산업 가운데 세계 1위 하는 분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이 있다. 1등을 하고 있는 산업에서도 1등을 지향하는 회사에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자부심을 줄 수 있다. 지원한 이유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업종의 특성상 365일 가동을 해야 한다. 인사팀에서 노동 환경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지만 업종의 특성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고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대신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1등을 지향하는 회사에서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하고 많은 학습과 성장의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 힘든 만큼 내 삶이나 경력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한번쯤 도전하고 기여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신입사원 연수 중에 시험을 치르고 기준 점수에 못 미치면 퇴출된다는 얘기가 있다.
“연수 기간 배운 것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 하지만 이때 성적이 나빠서 퇴출되는 경우는 없다. 일반적인 기준이라면 아무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면접에서 만난 팀장과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현업 팀장 3~4명과 인사팀 관계자가 함께 들어간다. 면접을 본 팀장이 지원자에 대한 욕심이 있고 지원자의 의사가 다르지 않다면 최대한 배치하려고 한다. 지원자는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팀장이랑 일하는 게 좋고, 팀장에게는 종일 면접하는 것에 보상이 될 수도 있다. 또 지원자의 희망을 최대한 반영해 현업에 배치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 조언을 한다면?
“자신의 적성에 따라 소신 지원을 했으면 한다. 또 회사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오는 것이 좋다. 준비해온 지원자는 면접에서 확연히 차이점을 드러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장 입사를 하겠다는 것보다 입사를 한 뒤 어떤 분야에서 어떤 것을 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한 지원자가 유리할 것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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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D 산학협력 프로그램
장학금에 취업길까지 산학협력 ‘일석이조’
엘지디스플레이에는 해마다 80명씩 산학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입사한다. 현재 총 16개 대학에서 연구개발,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산학협력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학창 시절에는 등록금, 생활보조금 등을 받고, 졸업 후에는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다. 지난해 입사한 신아람 연구원이 그 경험을 소개했다.
2006년 고려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엘지디스플레이라는 회사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산학협력 과제는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회로 설계 기술로, 곧 시장에서 선보이는 능동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만들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과제에 참여하면서 회사 연구원 분들로부터 많은 충고와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 연구 분야의 현실을 접하면서 졸업논문까지 같은 분야로 써 손쉽게 학교도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살려 지난해 6월 입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산학협력 과제를 통한 산업장학생으로 합격해, 입사 과정은 별다른 절차 없이 언제 교육을 받기 위해 출근하라는 통보 뿐이었습니다. 대학원 시절 산업장학생으로 선발되는 과정은 인성과 기술면접 등을 보면서 쉽지 않았지만 회사 입사는 일사천리의 길인 셈이죠.
저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 대신 진로에 대해 구체적인 그림들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또 단순한 교류 차원이 아니라 회사 담당자분들과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함께 지내면서 연구원들의 인간적인 모습까지 접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정인재 최고기술경영자(CTO)의 노래도 들으면서 ‘이 회사가 내가 몸담고 싶은 회사구나’라는 생각까지 하게 했습니다. 취업을 꿈꾸는 후배들도 취업만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꼭 하고 싶은 분야나 특화된 것이 있다면 산학협력 프로그램 참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현재는 전자종이(E-Paper) 팀에서 새로운 꿈을 품고 앞으로 시장에 선보일, 휘어질 수 있는 전자종이 관련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둘둘 말아 휴대가 가능한 디스플레이를 개발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내보일 날을 꿈꾸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신아람/엘지디스플레이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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