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 이노션 인사지원실장(오른쪽)과 지원자 유승화씨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역삼동 본사 회의실에서 이노션이 원하는 인재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광고업계, 그중에서도 종합광고대행사에서 연간 채용하는 대졸 신입사원은 모든 기업을 합쳐도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 당장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채용이 훨씬 활발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입사원 입사 경쟁률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2005년 설립된 종합광고대행사 이노션은 후발주자이지만, 고속 성장으로 구직자 선호도가 상승한 회사다. 후발업체지만 경력직 채용에만 의존하지 않고 꾸준히 신입사원을 선발해 왔다. 올해도 15명 남짓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9월에 낼 예정이다.
지난 10일 오전 늦깎이 구직자 유승화(27·동덕여대 경영경제학부 졸업)씨가 입사 전략을 한 수 배우기 위해 이노션을 찾았다. 김진우 인사지원실장은 “광고인이 되기 위해선 단순히 창의적 끼를 갖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물을 깊이 있게 바라볼 줄 아는 ‘통찰력’(Insight)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분야 상관없이 창의력·통찰력 중시해
광고공모전 수상경력·눈길끄는 UCC 가점 인터뷰가 이루어진 회의실엔 아직 제작되지 않은 광고 시안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한쪽 벽면엔 아예 칠판이 내장돼 있어, 회의 중간에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적을 수 있도록 설계된 회의실이다. 바로 옆방은 온돌식 회의실로 눈길을 끌었다. 광고회사에선 팀 단위의 회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만큼, 회의실 설계에 각별한 배려를 담았다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먼저 신입사원이 지원할 수 있는 직무에 대해 설명해 달라. “광고기획자(AE)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가 전체 채용 규모의 70%가량 된다. 나머지 30%는 마케팅과 지원업무 등에서 뽑는다. 자칫 인문학 전공자들이 주로 카피라이터가 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공대 출신도 있고 상경대 출신도 있다. 전공이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서류전형에서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점은? “대부분 광고회사들에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이 광고 공모전 수상 경력, 광고 동아리 활동, 광고회사 관련 아르바이트 등이다. 그동안 얼마나 광고에 관심을 갖고 입사 준비를 해왔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턴 지원자들에게 유시시(UCC)를 제출하도록 했다. 1분짜리 분량으로 자신이 왜 이노션에 입사해야 하는지를 주제로 만들어와야 한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으로 우수한 지원자를 걸러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시시 제출은 필수사항인가? “필수는 아니지만 인사담당자들을 주목시킬 만한 유시시를 제출하면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입사지원자 1850명 가운데 600명가량이 냈더라. 일일이 다 열어 봤는데,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실기시험도 본다고 들었다. “광고 제작부문만 별도로 실기시험을 본다. 출제된 문제에 대해 네 컷짜리 콘티를 직접 그려야 한다. 주제는 다양하게 나온다. ‘투명망토가 발명됐다. 어떻게 팔 건가?’ ‘전통적 형태의 영화관이 복합영화관이 생기면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다시 살릴 방안이 있는가?’ 등이 기출문제들이니 참고하시라.” -평가 기준은 뭔가? “사실 많은 지원자가 ‘창의성’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두고 고민하는 것 같더라. 사람마다 창의성을 정의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원자를 평가하는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릴 때가 있다. 실기시험 평가를 하는 10~20년차 디렉터들에게 물어보니, 가장 ‘창의적인 것’은 가장 ‘자기다운 것’이라고 하더라. 다른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한 본인의 모습을 잘 드러내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노션인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이 있다면?
“드라마나 영화에 주로 나오는 화려한 광고인들만 상상해선 안 된다. 잦은 야근과 스트레스를 견디려면 체력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웃음) 또 자기다운 것, 자기만의 것을 만들려면 평소에 모든 사물을 새롭게 보고 한번쯤 뒤집어볼 줄 아는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시선으로 본다면 신선한 발상을 갖기 힘들지 않겠나. 그렇다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하려 해선 안 된다. 광고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사물을 꿰뚫어보고 이를 새로운 의미로 만들어내고 전달하는 일이다. 통찰력을 중요한 인재상으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어 인터뷰는 어떻게 진행되나?
“영어실력이 보통 이상 되면 10분가량, 그 이하라면 5분 안에 끝난다.(웃음) 외부에서 영어면접 경력이 많은 전문가와 사내 직원이 인터뷰를 하게 되며 예상문제만 달달 외워서는 답변할 수 없는 질문들이 주로 나온다.”
-하반기 채용전형에서 바뀌는 것은 없나?
“솔직히 광고회사의 인재채용 기준은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스펙’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 스펙에 의존하다 보면 인재 선발에서 다양성을 실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재 확보 루트를 좀더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중이다. 이런 차원에서 하반기부터 광고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이들에게 서류전형에서 가점을 줄 생각이다. 이 밖에도 광고에 관심을 가져온 이들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중에 있다. 아울러 광고기획(AE) 부문도 프레젠테이션 면접에 그치지 않고 실기시험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인턴사원으로 일하면 정규직 채용 때 도움이 되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각각 15명씩 인턴사원을 선발한다. 인턴이 되면 8주간 직접 현업을 배울 기회가 주어진다. 신입사원 15명을 채용한다면 그중 5~6명은 인턴 출신이더라. 인턴을 마친 이들은 서류전형이 면제되고 우수한 성적을 남긴 이들의 경우 실무 면접도 면제된다. 임원면접만 치르면 되는 셈이다.”
정리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8월14일에 KT&G 인사담당 임원과의 인터뷰가 예정돼 있습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구직자는 ‘인사팀장과 절친되기’ 누리집(interview.jobkorea.co.kr)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광고공모전 수상경력·눈길끄는 UCC 가점 인터뷰가 이루어진 회의실엔 아직 제작되지 않은 광고 시안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한쪽 벽면엔 아예 칠판이 내장돼 있어, 회의 중간에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적을 수 있도록 설계된 회의실이다. 바로 옆방은 온돌식 회의실로 눈길을 끌었다. 광고회사에선 팀 단위의 회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만큼, 회의실 설계에 각별한 배려를 담았다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먼저 신입사원이 지원할 수 있는 직무에 대해 설명해 달라. “광고기획자(AE)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가 전체 채용 규모의 70%가량 된다. 나머지 30%는 마케팅과 지원업무 등에서 뽑는다. 자칫 인문학 전공자들이 주로 카피라이터가 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공대 출신도 있고 상경대 출신도 있다. 전공이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서류전형에서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점은? “대부분 광고회사들에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이 광고 공모전 수상 경력, 광고 동아리 활동, 광고회사 관련 아르바이트 등이다. 그동안 얼마나 광고에 관심을 갖고 입사 준비를 해왔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턴 지원자들에게 유시시(UCC)를 제출하도록 했다. 1분짜리 분량으로 자신이 왜 이노션에 입사해야 하는지를 주제로 만들어와야 한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으로 우수한 지원자를 걸러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시시 제출은 필수사항인가? “필수는 아니지만 인사담당자들을 주목시킬 만한 유시시를 제출하면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입사지원자 1850명 가운데 600명가량이 냈더라. 일일이 다 열어 봤는데,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실기시험도 본다고 들었다. “광고 제작부문만 별도로 실기시험을 본다. 출제된 문제에 대해 네 컷짜리 콘티를 직접 그려야 한다. 주제는 다양하게 나온다. ‘투명망토가 발명됐다. 어떻게 팔 건가?’ ‘전통적 형태의 영화관이 복합영화관이 생기면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다시 살릴 방안이 있는가?’ 등이 기출문제들이니 참고하시라.” -평가 기준은 뭔가? “사실 많은 지원자가 ‘창의성’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두고 고민하는 것 같더라. 사람마다 창의성을 정의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원자를 평가하는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릴 때가 있다. 실기시험 평가를 하는 10~20년차 디렉터들에게 물어보니, 가장 ‘창의적인 것’은 가장 ‘자기다운 것’이라고 하더라. 다른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한 본인의 모습을 잘 드러내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노션 채용전형 3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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