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영씨
방송국인턴·단역배우·빈곤아동 모금운동…
남다른 시각과 열정으로 면접관 사로잡아
남다른 시각과 열정으로 면접관 사로잡아
봉준영씨의 이노션 취업기 지난해 12월27일 이노션 입사시험에 최종 합격한 봉준영(28·사진)씨. 그가 광고회사 이노션의 제작(CR)팀원이 되기까지는 국내외에서 겪은 다채로운 경험들이 디딤돌이 됐다. 대학 시절, 봉씨는 ‘간판’보다 ‘실리’를 택했다. 중문학을 전공한 그는 평균 학점 3.5점, 토익점수 900점의 평범한 스펙을 갖췄다. 다른 지원자의 이력서에 흔히 나오는 광고회사 인턴사원이나 광고 동아리 활동 경험, 광고 공모전 입상 경력 등은 전무했다. 대신 독특한 곳만 골라 다니며 세상을 익혔다. 음악전문 채널 엠티브이(MTV) 코리아에서의 인턴사원 경험은 ‘실전’을 몸소 익힐 수 있는 기회였다. 새 방송프로그램 론칭 홍보를 직접 준비하면서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공상을 즐기고 호기심이 많은 봉씨의 경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기 위해 단편영화의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는가 하면 중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던 시절엔 큰 광장 한복판에서 퍼포먼스를 벌이며 빈곤 어린이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은 세상 곳곳의 다양한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일이 주된 업무인 광고회사에 입사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 이노션 채용공고가 난 뒤엔, 여러 회사에 복수지원을 하지 않았다. 후발업체로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이노션에 올인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이런 열의는 회사에 제출한 유시시(UCC) 동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이종격투기 스타 추성훈의 자동차 광고를 패러디해, ‘남자의 눈물’과 ‘이노션 불합격’을 동일시했다. 1시간에 6~7개 문제가 나오는 실기시험에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순간 떠오르는 발상이 평가를 좌우한다고 귀띔한다. 당시 봉씨는 ‘자살약에 대한 광고는 어떻게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저승사자들이 자살약 판촉에 나서는 시위를 벌이도록 연출하겠다”고 답해 후한 점수를 받았다.
채용전형 내내 남들과 다른 시각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그만의 입사전략이다. 최종면접에서 현란한 춤과 노래 등으로 ‘끼’를 보여준 다른 지원자와 달리, 그는 회사에 대한 열의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가슴속에 이노션이란 글자를 붙이고 면접장에 선 그는 “세계 각지에 이노션 법인이 진출해 있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이 하나 있다”며 “바로 이 가슴속에 있는 법인을 얼른 인수·합병해 달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봉씨는 “평소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됐던 것들을 어떻게든 관계 지어서 생각해보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짧은 시간 안에 신선한 발상을 쏟아내야 하는 실기시험을 무난히 통과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황보연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