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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28곳 연평균 보수 분석
임원 보수 증가율 18%…직원들은 5%
삼성전자 사내이사 1명당 78억 ‘최고’
임원 보수 증가율 18%…직원들은 5%
삼성전자 사내이사 1명당 78억 ‘최고’
“최고경영자와 직원간의 임금 격차가 20배 이상 나는 경우 경영자의 리더십이 온전하게 작동하기 어렵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리더십 붕괴의 위험수위로 제시한 기업내 임금 격차가 국내에서도 현실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 주요 기업 임직원 임금 격차 얼마나? 26일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매출액 기준 상위 30대 기업 중 28곳의 최근 5년간(2004~2008년) 임원과 직원간 평균 연간 보수를 분석한 ‘경영진과 종업원 보수’ 보고서를 보면, 사내이사(등기이사 기준)의 평균 보수는 10억5000만원이었다. 사외이사는 5200만원, 일반 직원은 5400만원이었다. 사내이사와 일반 직원간 보수 격차가 19.5배로 벌어져 있는 셈이다. 이번 보고서는 30대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삼았다. 30대 기업 가운데 에스케이(SK)에너지와 에스케이네트웍스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않아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시민행동 쪽은 밝혔다.
이들 28개 기업 사내이사의 보수를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임금노동자의 보수와 비교하면 격차는 38.6배에 이르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수준에 견주면 무려 63.7배나 된다. 임원진 전체가 아닌 최고경영자(CEO)와 일반 직원의 보수 수준을 비교 분석했다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게 뻔하다. 피터 드러커의 경고 수준에 근접한 게 아니라 훌쩍 뛰어넘은 셈이다. 사내이사의 1인당 평균 보수 1위 기업은 삼성전자로, 1인당 평균 78억8400만원을 받았다. 특히 2007년에는 삼성전자 사내이사들이 1인당 133억원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그해 삼성전자 직원 평균 보수의 220.9배이며, 전체 임금노동자의 보수 수준과 비교하면 486.3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물산(22억9000만원), 현대자동차(17억300만원), 삼성중공업(13억2800만원), 지에스(GS)건설(13억400만원) 등의 차례로 사내이사들의 보수가 많았다.
■ 임원 보수, 기업 실적보다 빨리 증가 임직원간 임금 격차가 벌어진 것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업의 실적보다 사내이사의 임금이 더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보고서를 보면 분석 기간 중 30대 기업의 매출액은 연평균 11.69% 증가했는데, 사내이사의 연평균 보수 증가율은 18.75%에 이르렀다. 임원진의 보수 책정 때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같은 기간 직원들의 임금 증가율은 5.12%에 그쳤다.
일부 기업에서 사외이사가 직원들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사실도 눈길을 끈다. 신세계는 일반 직원 임금의 2.33배에 이르는 보수를 사외이사에게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쇼핑(1.52배), 에스케이텔레콤(1.29배) 등도 사외이사의 보수가 더 높았다. 시민행동은 “1년에 20여차례 미만의 이사회에 참석하는 사외이사가 일반 직원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보수를 받으려면, 그에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 임금 격차 확대 배경 및 개선점 시민행동은 이번 분석 보고서에서 연도별 흐름을 따로 내놓지 않았지만, 그룹 총수의 퇴진 등 시기별 특수요인들을 제외하면 임직원간 임금 격차는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제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내놓은 ‘2008 세계노동보고서’에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최고경영자의 소득은 45%나 늘었지만 중간관리자의 소득은 15%만 증가했으며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은 겨우 3%만 올랐다”며 소득 불평등을 우려한 바 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대주주가 충성도 높은 임원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집중시키고 그에 따라 보수도 높게 책정하는 관행이 누적돼왔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단기 실적에 연동된 막대한 스톡옵션 보상도 기업 임원과 직원간 보수 격차를 더 벌어지게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결과는 기업 경영진들이 장기적 성과를 목표로 삼는 대신, 단기 실적에 급급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소득 양극화를 추가로 심화시키고 있다고 이 교수는 분석한다.
기업들이 임원별 보수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현재는 주주총회에서 임원 보수의 총액만 승인받은 뒤, 개인별 지급액은 이사회에서 정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미국과 영국 등은 2000년 이후 임원 보수 공시 내용을 강화해, 임원 보수 책정의 합리화를 도모하고 있다”며 “기업 내부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임원들에 대한 인센티브 구조가 잘 짜여야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경영활동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시가총액 7억달러 이상인 상장기업들은 보수 상위 임원 5명의 개인별 보수 내용을 공개하도록 돼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기업들이 임원별 보수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현재는 주주총회에서 임원 보수의 총액만 승인받은 뒤, 개인별 지급액은 이사회에서 정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미국과 영국 등은 2000년 이후 임원 보수 공시 내용을 강화해, 임원 보수 책정의 합리화를 도모하고 있다”며 “기업 내부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임원들에 대한 인센티브 구조가 잘 짜여야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경영활동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시가총액 7억달러 이상인 상장기업들은 보수 상위 임원 5명의 개인별 보수 내용을 공개하도록 돼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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