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직장·취업

‘모의면접이라도…’ 1만2천명 발동동

등록 2009-04-20 19:20수정 2009-04-21 00:57

지난 18일 서울 중구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노동부와 서울특별시 등이 주최한 ‘제13회 청계천 잡페어 행사’가 열려 채용정보를 구하려는 구직자들로 북적댔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제공
지난 18일 서울 중구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노동부와 서울특별시 등이 주최한 ‘제13회 청계천 잡페어 행사’가 열려 채용정보를 구하려는 구직자들로 북적댔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제공
‘잡페어’ 행사장 가보니
매달 열리는 행사에 2배인원 몰려…곳곳 한숨
“27곳 지원했지만 한곳도 연락없어”
“가산점 받으려 스페인어까지 공부”
“다섯 시간 안에 부산 광안리의 바닷물을 가장 빠르게 퍼오는 방법을 말씀해 보십시오.”

지난 18일 오전 서울 장교동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의 ‘잡페어’ 행사장에 마련된 한 대기업의 모의면접장. 면접관의 돌발 질문에 구직자 김종민(29)씨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고심한 끝에 항공편과 지하철 이동시간 등을 고려한 최단 시간을 제시했지만, 면접관으로부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충고를 들어야 했다. 표정 관리에서부터 손동작, 답변 내용까지 그가 익혀야 할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행사장에는 김씨처럼 얼굴이 상기된 청년 구직자들로 북적댔다.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 쪽은 “매달 열리는 행사로 보통 많아야 7천~8천명이 다녀갔는데, 이번에는 1만2천명가량이 몰렸다”고 밝혔다. 갈수록 완벽한 인재상을 요구받는 구직자들에게 모의면접이나 취업 특강 등은 ‘필수 코스’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변지성 홍보팀장은 “기업들이 영어 말하기 시험이나 직무별 면접을 도입하는 등 점차 채용 전형을 까다롭게 만들고 있다”며 “대다수 구직자들이 원하는 대기업 채용문이 그만큼 좁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대학을 지난 2월 졸업한 김종민씨는 지금까지 입사지원서를 낸 기업이 무려 27곳이다. 하지만 연락이 온 곳은 아직 한 군데도 없다. 그에게 가장 큰 난관은 서류전형이다. 그는 “기업마다 자기소개서 항목을 이전보다 까다롭게 요구한다”며 “서류전형 통과가 어려운 지방대 출신들은 훨씬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취업 준비생들은 입사 지원 서류 작성부터 면접 방법까지 컨설팅도 받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김씨는 “한번 컨설팅을 받으려면 20만원 이상이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취업난 공포’는 재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대학 4학년인 김보현(24)씨도 이날 잡페어 행사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정보 수집에 나섰다. 그는 이날 한국청소년교육문화협회가 주관한 영어 모의면접에 참가해, 원어민으로부터 다양한 면접 기법을 익혔다. 면접관은 외국계 기업에서 외국인이 면접시험에 나올 때, 한국 기업에서 외국인이나 한국인 면접관이 나올 때 등 유형별 면접 요령을 알려줬다. “외국어 실력뿐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주문까지 나오자, 김씨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 찼다.

김보현씨는 토익 점수가 910점으로 높은 편이지만, 아침마다 영어학원에 다닌다. 기업들이 아직 여성 지원자를 꺼려 950점은 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최근 기업 5곳의 인턴사원 채용에 지원했지만,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만 주어졌다”며 “대기업의 경우, 인턴 채용 경쟁률도 10 대 1을 넘어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등록금을 더 내더라도 졸업 시기를 늦추는 것은 대학가에서 익숙한 풍경이 됐다. 애초 예정보다 졸업을 1년 뒤로 미룬 김천윤(27)씨는 요즘 영어 외에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을 배우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좀더 ‘준비된’ 구직자가 되기 위해서다. 그는 “대기업 입사시험에 가산점이 있다고 해서 한자시험 공부에도 매진하고 있다”며 “갈수록 만능 구직자를 원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 ‘한국형 닌텐도’의 현주소 “관심은 받았지만…”
▶ ‘미네르바’ 무죄…검찰 표적수사 ‘판정패’
▶ ‘탄로난 거짓말’ 검찰은 으쓱
▶ ‘모의면접이라도…’ 1만2천명 발동동
▶ 몸에 좋은 커피의 조건
▶ 도서관 점령한 경찰
▶ “남편 죽었다” 허위 신고로 보험금 11억 챙긴 부부 적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