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직장·취업

중기 구인난에 정부 ‘헛짚는’ 처방

등록 2009-04-14 14:11수정 2009-04-14 14:39

“일할 사람 없나요?” 생산현장 아우성
청년인턴·취업장려수당 등 효과 미미
서울 구로구의 유에스비(USB) 제조업체인 메모렛월드는 영업과 수출 담당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난해부터 영업사원은 2명에서 5명으로, 수출담당은 2명에서 3명으로 늘리려고 했으나 사람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영업사원 한 명을 가까스로 채용했으나 석 달 만에 그만두고 나가버렸다. 이 회사는 ‘워크넷’, ‘잡코리아’ 등 구직 사이트에 채용 공고를 냈는데도 두달째 문의가 없다고 한다. 이 회사의 박상규 부장은 “연봉 2400만~2800만원을 제시하고 있으나 오려는 젊은이들이 없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여파로 일자리 부족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일자리 미스매치’(인력 수급의 불일치) 현상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청년층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중소기업들은 ‘일할 젊은이가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중소기업들은 젊은이들을 확보하지 못해 숙련공의 대가 끊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의 동성유리코리아는 직원 35명 가운데 29명이 50살을 넘었다. 그나마 50살 미만인 6명에는 산업기능요원 5명이 포함돼 있다. 그중 20명은 이미 55살을 넘었다. 이 회사 조상환 총무부장은 “젊은이들이 와야 하는데 한명도 안와 대가 끊기게 생겼다”며 “유리를 가공하고 말리는 과정에서 물을 만지고 작업환경도 열악한 편이라 편의점에서 일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를 쓰려고 해도 일하는 기간이 2~3년으로 짧은데다 이직이 워낙 잦아 채용하기도 쉽지 않다”며 “우리 같은 소기업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반월공단의 동아화학 조훈제 생산부장도 “공장 정원은 60명이지만 숙련공은 38명뿐이고 나머지는 일당이나 주급을 주는 일용직 주부 사원이 대신하고 있다”며 “채용 공고를 내서 뽑아도 며칠 만에 그만둔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뽑은 직원 가운데 남아있는 사람은 단 1명뿐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사업을 이어가려면 숙련공들을 길러야 하는데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반월공단의 경인금속공업 김명수 대표는 “연봉 4천만원을 제시해도 도금 기술자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도금 기술을 익히려면 적어도 4~5년이 필요한데 이 기간을 견디는 젊은이들이 없는 탓이다. 김 대표는 “도금 공장이 3D 산업으로 인식돼 젊은이들이 오기를 꺼려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 통계를 보면, 중소기업의 인력부족 인원은 매년 20만명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해에도 10월 현재 15만6112명(부족률 2.4%)에 이른다.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구인난은 더 심하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고자 △중소기업 청년인턴(3만7천명) △신규고용 촉진 장려금 △취업장려수당 제도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이런 정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청년인턴의 경우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목표치를 애초 2만5천명에서 3만7천명까지 늘렸다. 하지만 제도를 시행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채용 인원은 5820명에 그치고 있다. 목표치의 15.7% 수준이다. 취업장려수당 제도는 지원자들이 사무직에만 지원하는 바람에 정작 필요한 생산직 충원에는 도움이 별로 안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직자와 구인기업을 연결시켜주는 취업지원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청년층의 중소기업 입사를 유도하는 정책들을 보다 정밀하게 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현행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기 힘들다”며 “중소기업 관련 포털사이트를 구축해 해당 중소기업의 장점은 물론 단점까지도 구직자들이 속속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중소기업에 입사하면 공공기관 입사에 가점을 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중소기업 가산점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호 유한대 총장(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현재 산학협력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학은 구직난,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며 “대학과 중소기업 간의 산학협력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