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는 사람’ 176만명…사상최대
일할 능력은 있지만 특별한 이유없이 ‘그냥 쉬는 사람’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구직을 아예 포기하는 사람도 9년여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고용 통계에서 ‘쉬었음’, ‘구직단념자’에 ‘실업자’, ‘취업준비자’,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중 추가 취업희망자’를 모두 더한 ‘취업애로인구’는 35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7일 통계청의 고용통계를 보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에 해당하는 사람은 지난 1월 현재 176만6천명으로 2003년 1월 통계작성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아프거나 나이가 많아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 아니면서도 취업할 생각이나 계획이 없는 사람을 ‘쉬었음’으로 분류한다. 매년 1월 고용통계를 기준으로 ‘쉬었음’에 해당하는 사람은 △2003년 85만명 △2004년 120만명 △2005년 140만8천명 △2006년 159만5천명 △2007년 159만5천명 △2008년 161만8천명이었다.
구직단념자는 지난 1월에 16만5천명으로 2000년 4월(16만7천명) 이후 8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 구직단념자는 취업의사와 능력은 있지만 노동시장 여건 악화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사람 중 지난 1년 안에 구직경험이 있었던 사람을 뜻한다.
‘쉬었음’과 구직단념자는 크게 늘어난 반면 취업 준비자는 지난 1월 52만9천명으로 전년 동월에 견줘 오히려 3만9천명(6.9%)이나 줄었다. 이는 경기침체가 심각해지면 구직자들의 심리가 악화하면서 취업 준비자가 ‘쉬었음’으로, ‘쉬었음’은 구직단념자로 하향 이동하는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그만큼 고용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1월 공식 실업자는 84만8천명이었지만, 쉬었음·취업준비자·구직단념자·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중 추가 취업희망자까지 포함한 ‘취업애로인구’는 346만명에 이르렀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1월 이후 최대이며, ‘신용카드 사태’로 내수침체가 심각했던 2003년 1월(217만7천명) 보다 1.6배나 많은 수치다. 취업애로인구 346만명은 15살 이상 인구 3986만4천명의 8.7%에 해당하는 규모다. 고용 상황은 경기에 후행하는 특성이 있고, 경기 저점은 빨라야 올해 2분기 정도로 예상되는 만큼 취업애로인구는 하반기로 갈수록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