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SK·LG 이어 삼성도…적응 어려워하자 ‘특별교육’도
“아침에 콤비를 꺼내봤는데 오랜만에 입어서인지 잘 안맞아 넥타이만 풀고 왔어요.”
삼성전자·삼성생명 등 삼성의 대부분 계열사가 복장 자율화를 시작한 1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세련된 캐주얼 복장 차림을 한 젊은 직원들도 눈에 띄었지만, 평소 복장에 넥타이만 푼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외부인과 주로 만나는 부서가 아닌데도 넥타이를 그대로 매고 온 사람도 적잖았다. 한 계열사의 차장은 “지난 주말에 쇼핑을 좀 했는데 돈도 꽤 들어갔다”고 말했다.
복장자율화는 이미 씨제이, 에스케이, 엘지 등 대부분의 기업에서 오래전부터 실시하고 있다. 활동하기 간편하고 창의나 개성을 중시해 업무효율도 올라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같은 계열사라도 천차만별이다. 에스케이텔레콤 같은 곳에선 청바지를 입고 염색에 귀걸이까지 하는 이도 있지만 에스케이에너지는 ‘점잖은’ 분위기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정장을 고집해온 대기업 샐러리맨들은‘비즈니스캐주얼이 뭔지 모르겠다’며 ‘적응하기가 만만찮다’고 말한다. 삼성전자의 한 여직원은 “대리급 이하엔 정말 세련된 복장을 하고 온 이도 많지만 대부분 일단 남들이 어떻게 입었나 눈치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사장단협의회에도 절반 정도의 계열사 사장들은 노타이로 회의에 참석했다.
이런 이들을 위해 그룹 계열사들이나 인사팀 등에서‘특별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에스케이에너지의 한 직원은“처음 실시할 땐 면바지에 검정색 정장구두를 신고 오거나, 폴로티셔츠에 양복바지를 입고오는 등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이 부지기수였다”며 “이후 사보나 공문 게시판들을 통해 ‘권장 스타일’을 사내모델을 써서 알리기도 하고 임직원 세미나에서 올바른 비즈니스 정장 코디법을 에스케이네트웍스 쪽에서 발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경우도 이날 제일모직이 사내 매체를 통해‘권장하는 스타일’을 게시해, 직원들의 패션 스타일 지도에 나섰다. 여기엔 △네이비·그레이 등 기본 재킷을 갖출 것 △바지는 재킷과 다른 명도의 색깔을 택할 것 등과 같은 사항부터 피해야 할 스타일까지 사진과 함께 설명해뒀다. 에스케이의 경우 네트웍스가 수입하는 ㅌ브랜드가 사내 세일을 하는 경우도 많아 절대 다수라고 한다. 제일모직도 자사의 갤럭시나 로가디스 같은 신사정장 브랜드에서 나오는 캐주얼 복장을 임직원들에게 소개하기도 한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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