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도 ‘무더위와 씨름’
에너지절약위해 사무실온도 올려
89% “업무효율 떨어진다” 불만
89% “업무효율 떨어진다” 불만
대기업에 다니는 신아무개(32) 대리는 요즘 정말로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여름이 더운 거야 당연하지만 그나마 더위를 피할 수 있었던 사무실도 이제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신씨의 회사는 최근 원가절감 대책의 하나로 사무실 적정온도를 25℃에서 27℃로 높였다. 신씨는 “햇살이 따가워지는 오후 시간에는 다른 직원이 옆에 다가오는 것도 싫고 더운 바람이 나오는 컴퓨터도 다 꺼버리고 싶을 정도로 후덥지근해서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
각 기업들이 고유가와 원자재값 인상에 따라 비용 줄이기에 골몰하면서 사무실 내부 온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는 2주 전부터 내부 온도를 24℃에서 27℃ 정도로 높였다. 삼성생명 서초타워는 얼마 전부터 오후 6시 이후 냉방을 아예 중지했다가 시행 1주일 만에 냉방을 다시 시작했다. “회사가 6시에 퇴근 시켜주는 것도 아니면서 냉방마저 끊으면 어떡하란 말이냐”는 반발이 빗발쳐서다.
각 기업들이 이처럼 실내 온도 높이기에 나선 데는 비용 절감 이외에도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는 정부의 지침도 영향을 줬다. 현재 정부는 대형 건물의 실내온도를 여름에 26℃ 이상 유지하기로 하는‘에너지이용 합리화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보통 기업들의 여름철 실내 온도가 24~25℃ 정도 되는데 넥타이를 풀었을 때 체감온도가 2℃ 정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각 기업들이 노타이 운동을 펼치기만 한다면 그렇게 부담되는 온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실내온도를 2℃ 정도 올렸을 때 국내 전체 상업용 건물에서 절약되는 비용이 약 2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개별 기업으로 봤을 때는 비용을 아끼는 측면보다 업무 효율이 떨어져 되레 더 큰 손해라는 지적도 있다. 한 대기업 건물관리 책임자는 “정부가 권장하는 27℃로 맞추면 좁은 사무실에 사람도 많을 뿐더러 전자기기도 많은 국내 특성상 더위를 참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직장인들도 더위 때문에 업무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1314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9%가 더위 때문에 업무효율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이유(복수응답)로는 ‘쉽게 짜증이 나서’(70.8%)와 ‘집중력이 떨어져서’(68.4%)라는 응답이 많았고, 다음으로 ‘피로가 지속돼서’(53.4%), ‘졸음이 몰려와서’(38.3%), ‘실수가 반복돼서’(16.4%)라는 대답까지 있었다.
이형섭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