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연구원 “법적용 안받는 소기업 일자리 준 탓”
올 들어 고용사정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게 비정규직 보호법 탓일까?
지난 3월 취업자 증가가 전년대비 18만4천명에 그치며 37개월만의 최저치로 떨어진 것을 놓고 “비정규직 보호법의 부작용 탓”이라는 주장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임시직 근로자가 16만여명이나 감소한 것이 고용 부진을 이끈 까닭이다. 지난 21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책·민간 경제연구소장 간담회에서도 “최근 고용감소는 비정규직법의 경직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재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를 빌미로 7월로 예정된 비정규직 보호법 확대적용을 유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노동연구원이 통계청의 3월 고용통계를 세부 분석한 결과, 최근 일자리 감소는 비정규직법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노동연구원 데이터센터 이병희 소장은 23일 “통계청의 3월 고용통계를 분석한 결과, 임시직 근로자의 급감은 비정규직법의 영향이 없는 상시근로자 100인 미만의 소기업에서 대부분 일어났다”고 밝혔다. 3월 임시직 근로자는 지난해보다 16만5천명 줄었는데, 이 가운데 82%인 13만5천명이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감소했다. 또 32만명 감소한 기간제 근로자도 86%인 27만6천명이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감소했다고 그는 전했다. 이 소장은 “이는 최근 고용감소가 비정규직법 적용 확대를 앞둔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 탓이 아님을 뜻한다”며 “소규모 기업들이 경기후퇴를 우려해 계약기간이 끝난 노동자를 내보내고 신규채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한 노동자를 2년 넘게 기간제로 계속 고용하면 무기계약 근로자로 간주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은 현재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고, 7월부터는 100~300인 사업장에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 분석결과 비정규직법을 이미 적용받고 있는 대기업은 지난해보다 고용을 조금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장은 지난 18일 노동부 등 정부 관련부처 관계자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단체 관계자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최근 일자리 부진과 비정규직법과의 관계를 둘러싼 관련 전문가 및 이해당사자 회의’에서 이런 분석결과를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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