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인정받아
“과연 17년 만에 회사로 복직할 수 있을까요?”
1991년 포항제철(현 포스코)로부터 해고된 전장복(46)씨는 15일 모처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위원장 하경철)가 전날, 1989∼91년 포항제철 노조 민주화 활동과 관련해 해고된 전씨 등 5명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심의위원회는 곧 포스코에 이들의 ‘복직’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이번 심의 결과는 전씨가 17년 동안 회사를 상대로 ‘끈질긴’ 복직 투쟁을 벌여 얻어낸 첫 열매다.
전씨는 90년 조합원 2만명을 거느린 포항제철 노동조합이 회사 쪽 ‘와해 공작’으로 석달 만에 무너지자, 노조 재건 활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러자 회사가 “근무 시간에 졸았다”는 이유로 눈엣가시였던 그를 해고했다는 것이다. 전씨와 함께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된 양수혁(44)씨도 당시 노조 교육부장이었는데, 다른 업무를 하는 부서로 배치된 뒤 ‘작업 지시 불이행’ 등의 이유로 해고됐다고 말했다. 양씨는 “회사는 직원 개개인의 약점을 잡아 끊임없이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며 “결국 조합원 30여명은 압박에 못 이겨 사표를 내거나, 회유에 넘어가 다른 회사로 취업을 알선받는 등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 뒤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서울 포스코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 등을 벌이며 회사에 줄기차게 복직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요지부동이었고, 변호사 선임도 못한 채 벌인 복직 소송에서는 패소했다. 양씨는 “노조 활동 전력이 문제될까 싶어 취업은 엄두도 못 내고 건설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 왔다”고 말했다. 전씨는 2002년 ‘민주화 운동 관련자’ 인정 신청을 심의위원회에 낸 뒤, 3년 전부터 금속노조 포스코현장위원회에서 ‘포스코 민주노조 건설’에 힘을 쏟아 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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