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숍
소비 위축속 호황 누리는 ‘명품숍과 천원숍’
대형백화점 명품 매출, 1년 전보다 20%이상 증가
천원숍도 40% ↑…소득양극화가 소비양극화로” 회사원 성아무개(34·서초구 잠원동)씨는 최근 사고 싶은 물건이 하나 생겼다. 연예인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 가방이다. 성씨는 “처음에는 시장 가방같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주위에서 메고 다니는 것을 자꾸 보니까 세련돼 보인다”며 “내 월급에 조금 무리이긴 하지만 꼭 사고 싶다”고 말했다. 영어강사 김아무개(30·마포구 창천동)씨는 집 근처 균일가 생활용품 매장인 다이소를 자주 찾는다. 바구니, 화분 등을 많이 사는 김씨는 “가격대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이것저것 유용한 것들이 많아 애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물가도 고공행진을 하면서 전체적인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두자릿수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는 곳이 있다. 바로 백화점 명품매장과 천원샵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2월 소비재판매액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3.8%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 7.1%, 4분기 4.5%와 비교하면 둔화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3월에는 이런 추세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백화점 명품 매출의 경우 1분기에 20%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롯데백화점은 27%, 현대백화점은 20.3%나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무려 50.8%나 뛰어올랐다. 전체 매출 증가율도 롯데 8.5%, 현대 6.8%, 신세계 11.7%로 양호한 성적이었다.
천원샵의 매출 증가율은 더 높다. 다이소의 매출은 전년동월 대비 1월 42%, 2월 42%, 3월 46%씩 증가했다. 2006년 말 345개였던 다이소 매장은 3월 말 400개로 증가했고 연말까지 47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런 현상은 소득 양극화에 따른 소비 양극화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미국 경제위기, 유가상승 등 외부 악재 때문에 소비심리가 냉각되지 않을까 우려를 많이 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며 “중상위 계층은 소비 규모를 줄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천원샵은 물가상승 여파로 실질소득이 줄고 있는 서민들이 한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저렴한 제품을 찾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최근 소비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트레이딩 업, 트레이딩 다운’ 현상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레이딩 업(상향 구매)은 품질이나 감성적 만족을 위해 자신의 소득 수준보다 비싼 제품을 기꺼이 사는 행위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매출 증가는 고소득층의 소비 확대와 함께, 구매계층이 중산층으로까지 확대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특히 젊은 세대는 꼭 갖고 싶은 것은 반드시 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트레이딩 다운(하향 구매)은 생필품 등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품목에 대해서는 저렴한 상품을 찾아 구매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박종렬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천원샵이나 할인점 PB(자체브랜드) 상품이 인기를 얻는 것은 전형적인 트레이딩 다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이 트렌드는 선진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심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천원숍도 40% ↑…소득양극화가 소비양극화로” 회사원 성아무개(34·서초구 잠원동)씨는 최근 사고 싶은 물건이 하나 생겼다. 연예인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 가방이다. 성씨는 “처음에는 시장 가방같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주위에서 메고 다니는 것을 자꾸 보니까 세련돼 보인다”며 “내 월급에 조금 무리이긴 하지만 꼭 사고 싶다”고 말했다. 영어강사 김아무개(30·마포구 창천동)씨는 집 근처 균일가 생활용품 매장인 다이소를 자주 찾는다. 바구니, 화분 등을 많이 사는 김씨는 “가격대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이것저것 유용한 것들이 많아 애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물가도 고공행진을 하면서 전체적인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두자릿수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는 곳이 있다. 바로 백화점 명품매장과 천원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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