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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퇴직 걱정 더니 ‘주름진 손’도 ‘부지런한 손’

등록 2008-02-10 19:04수정 2008-02-11 06:22

80살 정년에 이어 종신 고용 제도를 도입한 주식회사 남이섬은 평생 일할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종신 고용 계약을 맺은 조경사 장기성(73·왼쪽)·김동제(75)씨가 목재 고르기를 하고 있다. 영상미디어팀/이규호 피디
80살 정년에 이어 종신 고용 제도를 도입한 주식회사 남이섬은 평생 일할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종신 고용 계약을 맺은 조경사 장기성(73·왼쪽)·김동제(75)씨가 목재 고르기를 하고 있다. 영상미디어팀/이규호 피디
신바람 일터 만들기 1부 ⑥ 정년 연장
강원도 춘천시와 경기도 가평군에 맞닿은 반달 모양의 남이섬. 이곳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남이섬’이 ‘80살 정년’에 이어 올 들어 ‘종신 고용’ 제도를 도입했다. 대부분 직장인들이 정년을 채우기는커녕 언제 잘릴지 모르는 구조조정 불안감에 떨어야 하는 현실에서, 종신 고용은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일는지 모른다. 역발상 실험으로 한해 15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이 작은 섬에서 평생 일자리를 얻은 이들을 만나봤다.

㈜남이섬 임금피크제로 ‘80살 정년’에 ‘종신 고용’까지
정년연장·퇴직자 재고용으로 ‘숙련자’ 확보하는 기업도

“손에서 일을 놓아버리기엔 너무 젊어 보이지 않습니까?”

지난달 30일 오후, 메타쉐콰이어 숲길에서 만난 초로의 한 일꾼이 연신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남이섬에서 청소일을 하는 신명호(67)씨다. 전직 교장 출신인 그는 3년째 이곳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그의 하루 일과는 아침 8시 섬 곳곳에 모닥불을 피워놓는 것으로 시작된다. 섬 구석구석을 살피며 쓰레기를 치우고 정리정돈을 하는 게 그가 하는 일이다.

‘80살 정년’이어 ‘종신 고용’ 남이섬 주식회사

“남이섬의 매력이라면 자연이 준 선물을 잘 가꿨다는 것 아니겠어요? 이런 곳에서 일하니 행복할 수밖에요.”

30여년 교단을 지킨 신씨의 목소리는 아직도 카랑카랑하다. 그가 남이섬에 들어온 것은 지난 2003년 경기 남양주 창현초등학교 교장직에서 퇴임하고 나서다. 원래 65살이던 교직 정년이 62살로 단축되면서 예정보다 정년이 일찍 찾아왔다. 천직인 줄만 알았던 교단을 떠날 때 어찌 회한이 없었을까마는, 그는 ‘80살 정년’인 남이섬을 찾아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남이섬에 명시적으로 정해진 정년 제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30년 이상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고용 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1차 정년인 55살을 정점으로 2차 정년인 80살까지 일종의 임금 피크제를 도입한 것이다. 현재 남이섬 직원 100여명 가운데 30명이 55살을 넘겼다. 이 가운데 직원 식당에서 일하는 장재동(71)씨 등 4명이 올해 ‘종신 고용’ 계약을 맺었다. 장씨는 “21살 때 가평으로 시집와서 지금껏 여기서 일하며 아들딸 넷을 키웠다”며 “늘그막에 자식들한테 의지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어디냐”고 말했다.

조경일을 하는 장기성(73)씨와 김동제(75)씨도 종신 고용 계약을 맺은 이들이다. 장씨는 “경로당 친구들이 남이섬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며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종신 고용된 이들에겐 출근부가 따로 없다. 80살을 넘겨 힘에 부치거나 몸져 누워도 80만원의 기본급이 매달 지급된다. 박희준(60) 이사는 “이들은 남이섬을 지켜온 산증인”이라며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일을 찾거나 알아서 하는 분들인데 출근부가 뭐 필요있겠느냐”고 말했다.

급여 수준은 경험과 능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임금은 예전 수준 그대로다. 정년이 늘어난 데 따른 불이익은 없다는 얘기다. 일부는 예전보다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기도 한다. 80살 정년이 알려지면서 정년 퇴직자들 사이에 남이섬은 자연을 벗삼아 일하는 평생 일터로 떠올랐다. 지난해 22명을 뽑는 공채에서는 대기업 임직원, 공무원, 교사, 화가 등 500여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남이섬과 같은 평생 직장 개념은 사라졌다고해도, 정년 연장을 모색하는 기업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신생 항공사인 제주항공은 조종사들에게 65살까지 정년을 보장해주고 있다. 기존 항공사들이 60살을 못 넘기는 것과 뚜렷하게 대조된다. 대우조선해양, 우리은행, 대한전선 등도 정년을 1~2년씩 연장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6년 정년을 57살에서 58살로 늘린 뒤 지난해 말에는 퇴직자 630여명 가운데 250여명을 재고용했다. 현대중공업이 퇴직자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수주량이 늘어나면서 숙련된 노동력 확보가 절실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외국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는 건설사들도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기량을 활용하려는 취지에서 퇴직자들을 찾는 추세다.

가평/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정년연장·임금부담 사이 접점 마련 시급”
재계 반발·임금피크제 부작용 줄일 대안 필요

정년 보장을 넘어 정년을 연장하려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연장은커녕 보장조차 제대로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장기 고용을 기피하는 이면에는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가 자리잡고 있다. 연공 방식은 성과와 업적에 상관없이 오래 있을수록 급여를 많이 받는 제도다. 그 대안의 하나로 도입된 것이 ‘임금 피크제’다. 일정 연령을 정점으로 임금을 단계적으로 삭감하되 정년까지 근무하게 하는 것인데, 문제는 이것이 해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빌미로 정년을 줄이는 기업들이 생겨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임금 피크제는 직무급이나 성과급 체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도입된 과도기적 제도”라며 “현재 임금 체계를 바꾼다면 정년 연장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면서 고용을 보장하는 쪽으로 접점을 찾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년 연장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정부는 정년 연장을 의무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으나, 재계의 반발도 만만찮다. 사용자단체인 경총은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비용 부담은 신규 채용을 억제시켜 청년 실업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선 법률로 정한 정년을 다시 연장하는 추세다. 일본과 영국, 독일 정부는 5년 안에 최고 68살까지 정년을 늘릴 방침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60살 이상 되도록 노력한다’는 권고 조항이 있을 뿐이다. 대한은퇴자협회가 조사한 바로는, 가장 합리적인 은퇴 연령은 65살이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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