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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아이 생기면 더 좋아지는 ‘최고의 직장’

등록 2008-01-13 21:00

출산·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위한 사내적응훈련을 받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들이 각자 아이 사진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출산·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위한 사내적응훈련을 받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들이 각자 아이 사진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신바람 일터 만들기 1부 ③ 가족 친화 경영
아시아나, 출산 전·후 ‘19개월 휴직’에 둘째도 권장
수자원 공사, 13가지 가족친화 제도로 3년 ‘무분규’

여성들이 꼽은 최고의 직장?

기혼 여성 직장인들에겐 출산·육아 휴직 뒤 ‘내 책상이 온전하게 남아있을까’라는 게 공통적인 걱정거리이다. 남성 직장인들과 달리, 직장 여성들은 임신·출산 과정에서 아기와 직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설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라면 아시아나항공은 직장 여성들에게 최고의 직장이다. 특히 여성 승무원의 경우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육아 휴직 말고도, 산전 7개월과 산후 12개월 등 길게는 19개월동안 휴직할 수 있다. 물론 책상이 치워질 걱정없이 편히 쉬었다가 일터로 돌아올 수 있다.

승무원 경력 19년인 안효경(41) 캐빈서비스팀 국제선 선임 사무장은 “여성 승무원들이 좀 쉬고 싶거나 자기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아기를 가질까’ 하고 생각할 정도”라며 “산전 휴직 7개월은 전혀 월급이 안 나오지만, 상당수의 동료들이 19개월 동안 휴직한다”고 말했다. 17년 경력의 강선화(39) 국제선 사무장도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 한참 성장하던 첫째 아이와 2년 가까이 함께 지낼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육아휴직만이 아니다. 출산 휴가에 들어가면 회사에선 축하카드와 태교를 위한 시디교재를 보내주고, 휴직 기간에도 복직 시기 등 회사의 중요한 일을 인터넷으로 친절하게 알려준다. 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면 건강검진과 적응 교육 9일, 그리고 3개월동안 기내 적응 훈련을 받게 해준다.

이런 뒷받침 덕에 지난 2006년 출산 휴직자 336명 가운데 206명(61.3%)이 육아휴직까지 19개월 가량을 집에서 보낼 수 있었다. 국내에서 직장여성들이 육아휴직을 쓰는 비율은 평균 22.9%에 불과하다. 그런데 아시아아항공에선 박삼구 회장이 “아이가 하나면 외로우니 최소한 둘은 낳아야 한다”고 여직원들의 출산과 육아를 권할 정도이다.

출산·육아 지원은 승무직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두 명의 아이를 가진 일반직 오은진(33) 대리는 “산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은 모두 자유롭고 아이를 낳으면 격려비 10만원, 6살 때까지 달마다 10만원의 보육비를 받는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입사한 윤정경(31) 대리는 “여성 직원이 많다보니 여성과 가족을 배려하는 문화가 깊이 뿌리내려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시아나항공도 창사 때부터 이런 여성친화 경영을 해온 것은 아니다. 안효경 선임 사무장이 입사한 1989년만 해도 육아휴직 제도 자체가 없었고, 그의 선배와 동기들 대부분은 출산을 거치면서 회사를 떠났다. 그러나 이런 불안정한 고용이 회사에도 손해라는 점이 확인된 뒤 제도가 조금씩 개선됐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임직원 8196명 가운데 여성이 54.9%를 차지한다. 그만큼 여성인력들의 숙련도와 업무 의욕이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시아나는 현재 육아휴직이나 보육비 지원을 포함해 모두 16가지 여성·가족 친화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제도와 문화가 과연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까? 마재영 홍보실 차장은 “숫자로 나타내기는 어렵지만, 전 부문에서 무형의 생산성을 높인다고 본다”며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져 짧은 기간에 5성급 서비스의 항공사, 고객만족도 1위의 항공사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여성친화 경영의 모범이라면, 한국수자원공사는 가족친화 경영의 선도기업으로 꼽힌다. 수자원공사의 대표적 가족친화 사업은 직장 안 보육시설인 ‘물사랑어린이집’을 설치해 운영하는 일이다. 지난 2003년 문을 열어 운영중인 어린이집에는 지금까지 6살 이하의 직원 자녀 수백명이 다녀갔다. 사내 부부인 김태광(36)·유정임(33)씨는 아이 둘을 모두 이 곳에 맡겨 길렀다. 김씨 부부는 “직장 울타리 안에 아이가 함께 있어 안심을 할 수 있고, 시설이나 교재, 음식 등 보육서비스의 품질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3년 동안 어린이집을 이용한 장진규(38) 과장도 “아이가 아빠 회사에 대해 친근하게 느끼고 자랑스러워 하니 내 애사심도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유아를 둔 여직원들을 위한 수유실 운영도 수자원공사의 가족 친화적 문화를 보여준다. 대전의 본사 수유실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정현영 대리는 “처음엔 의무실을 사용했으나, 2006년 10월부터는 따로 수유실이 생겨 편안히 이용할 수 있었다”며 “수유를 위해 하루 5~6번씩 자리를 비워야 하는 처지를 상사나 동료들이 배려해줬다는 점이 더 고마웠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도 보육·수유 시설을 비롯해 출산장려금, 남성 육아휴직, 탄력근무제 등 13가지 여성·가족친화 제도를 갖추고 있으며, 임직원 가족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3가지나 된다. 가족친화 경영이 자리잡은 데는 수자원공사의 기업적 특성이 많이 작용했다. 경영혁신실 강준호 대리는 “전체 임직원 3800여명 가운데 3천여명이 현장에서 일하고,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회사 차원에서 가족들을 배려하고, 지원하지 않으면 직원이나 회사나 견디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여성·가족친화 경영은 여러가지 효과를 얻는다. 노사가 공동으로 제도를 만들고 추진해왔기 때문에 노사관계가 원만해 최근 3년동안 노사분규가 없었다. 또 어린이집이나 탄력근무제 덕에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더 높아졌다는 것이 공사쪽의 평가다. 아시아나항공과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정부가 주관하는 가족친화우수기업 시상에서 각각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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