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취업시장의 신조어들
2007 신조어로 본 고용시장 풍속도
이태백 넘어 삼태백…‘영어난민’도 등장
조기·명태 이어 ‘황태·알밴명태·생태족’
이태백 넘어 삼태백…‘영어난민’도 등장
조기·명태 이어 ‘황태·알밴명태·생태족’
취업난과 고용 불안 세태가 갖가지 신조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88만원 세대’, ‘컴퍼데미’ 등 지난해 취업시장의 풍속도를 엿볼 수 있는 신조어를 정리해 13일 발표했다.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를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준 말은 ‘88만원 세대’이다. 20대 근로자 중 95%가 월 평균 88만원을 받는 비정규직 세대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빈털터리 세대’, 유럽의 ‘1천유로(약 130만원) 세대’, 일본의 ‘버블 세대’ 등 선진국의 젊은 세대들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상을 겪었지만, 한국처럼 상황이 심각하고 급격하게 사회문제가 된 곳은 없다고 지적한다.
30대 절반이 백수라는 뜻의 ‘삼태백’, 취업을 위해 어학연수나 유학을 떠난 학생들을 가리키는 ‘영어 난민’, 온라인 입사 전형에 수만명의 지원자들이 몰려 시스템이 다운된 사례를 꼬집은 ‘서버 전형’ 등도 구직자들 사이에서 회자된 표현들이다. 학점 따기 수월한 다른 대학이나 이력서 쓸 때 도움이 되는 외국 대학에서 수업을 듣는 ‘학점 쇼핑족’과 취업을 위해 명문대로 편입하려는 ‘메뚜기 대학생’도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새로 떠오른 유행어가 많다. 취업 뒤에도 습관적으로 구직 활동을 계속하는 ‘구직 중독증’과 재취업을 위해 몰래 공부하는 ‘도둑 공부’ 등은 구직자와 구인 기업간의 눈높이 차이에 따른 잦은 이직 세태를 보여주는 말들이다. 또 직장인들의 잦은 야근에 따른 피로가 ‘술독’보다 독하다는 ‘야근독’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 때마다 등장하는 ‘조기(조기퇴직)’와 ‘명태(명예퇴직)’ 등의 생선 시리즈는 ‘황태’(황당하게 퇴직) ‘알밴 명태족’(퇴직금을 두둑이 받은 명예퇴직자) ‘생태족’(해고 대신 타부서로 전출된 사람) 등 파생 용어들을 낳았다.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장려하는 회사들인 ‘컴퍼데미’(컴퍼니+아카데미)가 늘어난 것도 새로운 흐름이다. 또 아이큐(지능지수)나 이큐(감성지수)처럼 잘 노는 것도 직장인의 경쟁력이라는 뜻의 ‘엔큐’(엔터테인먼트 지수), 가사·육아에 관심을 가진 남성 직장인들을 가리키는 ‘엠니스족’ 등은 직장과 가정 문화의 변화를 반영한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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