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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사원을 식구처럼…3D업종이 활짝 웃었다

등록 2008-01-07 19:20

지난달 28일 경기도 화성 평화 피피아이(PPI) 정균일 상무(맨오른쪽)와 직원들이 종무식을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화성/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달 28일 경기도 화성 평화 피피아이(PPI) 정균일 상무(맨오른쪽)와 직원들이 종무식을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화성/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명장’ 제도 등 사람 존중으로 앞선 기술력 축적
20년전 도입한 3조2교대, 탄탄한 결속력 밑바탕
전직원이 정규직…11년전 직원들 지금도 현장에
신바람 일터 만들기 1부/

② 평화PPI

“인간적이랄까, 회사에서 나를 존중해준다는 느낌이 들어요. 회장님이 세상살이나 회사사정에 대한 편지를 직원들에게 띄우시기도 하고, 함께 어울려 막걸리 파티도 하고…. 제품들이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인정받으니 자부심도 큽니다.”(생산팀 김봉식 과장)

경기도 화성시에 본사를 둔 평화피피아이(대표 최승철)는 ‘이상한’ 중소기업이다. 11년 전 부도를 맞고 2003년까지 법정관리 아래에 있었지만, 피브이시(PVC) 사출라인의 30여명을 비롯해 110여명 직원 대부분이 11년 전 그 직원들이다. 연간 4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지름 800㎜짜리 하수관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른바 ‘3D 업종’, 그것도 중소기업인 평화가 위기를 딛고 ‘신바람 일터’로 거듭난 배경은 무엇일까?

평화 사람들은 먼저 현장 중심의 조직운영과 믿음의 문화를 꼽는다. 회사는 생산·품질관리·하자보수·영업 등 각 분야별 ‘중핵’을 설정하고, 팀별로 예산을 집행하고 자기계발과 혁신활동도 스스로 나서게 한다. 부도 전부터 1년에 한두 명씩을 뽑아 700만원의 상여금을 주는 ‘명장’제도는 회사의 위기 때도 신제품을 쏟아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세계 최초로 소음차단 기술을 적용한 ‘2040 방음파이프’, 복잡한 시공 작업을 한 사람이 지렛대나 로프로 간편하게 해낼 수 있게 개선한 ‘후크타입 하수관’ 등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한헌수 부장, 김봉식 과장 등 ‘명장’ 출신들의 힘이었다.

복리후생과 수평적 조직문화도 남다르다. 1988년에는 경쟁사들이 모두 ‘주야 맞교대’를 하는 상황에서 근무조를 3조2교대로 개편했다. 하루 12시간씩 번갈아 근무하던 것을 한달에 열흘씩 주간, 야간근무를 하고 열흘은 쉬는 체제로 바꾼 것이다. 평화의 공장 마당에선 가끔 막걸리 파티가 열린다. 사장을 비롯한 전 임직원들이 제품 개선에서부터 노총각 사원 결혼 대책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내는 자리다. 정균일 상무는 “힘을 모아 일제를 따라잡아 보자는 취지로 생산부 직원들이 함께 한두달씩 일본으로 견학여행을 떠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평화 사람들의 끈끈한 단결력은 위기 때 더욱 힘을 발휘했다. 1997년 봄, 부도 당시 임직원들은 일주일 동안 모두 퇴근하지 않고 공장에서 숙식했다. 직원들은 임금동결, 휴가 및 휴일 반납, 하루 2시간 연장근무 등을 약속했고, 회사를 비우지 않기 위해 공장 한 켠에 토끼와 강아지들을 키웠다. 사출기가 찍어낸 이음관을 손질하는 일을 하는 송기숙(43)씨는 “사람도 살리고 봐야한다는 식으로 회사를 일으켜 세운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농사를 짓는 남편에게는 당시 회사 사정을 아예 얘기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평화의 본사 사옥에는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는 글귀가 적힌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판화 한점이 걸려 있다.

지난해 2만여 평 규모의 새 공장을 지으며 ‘제2의 창업’에 나선 평화에는 비정규직이 한명도 없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도 대여섯 명뿐이다. 내 일에 애착을 가진 정규직 노동자들이 진정한 혁신활동을 벌일 수 있으며, 값싼 인건비에 유혹당하면 기업의 허리인 중간 기술직의 맥이 끊긴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종호 회장은 “기술이 중요하다고 믿는 기업은 사람에 투자하기 마련”이라며 “지난한 과거를 함께 한 임직원들에 무엇을 해줄까, 어떻게 해줄까에 대해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화성/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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