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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공짜카페·노래방 ‘놀이천국’이 고속성장 일궈

등록 2008-01-01 21:06수정 2008-01-01 22:15

여행박사 직원들이 지난달 28일 일과시간 중 회의실을 겸한 노래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여행박사 직원들이 지난달 28일 일과시간 중 회의실을 겸한 노래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바람 일터 만들기 1부 ① 여행박사
신바람 일터 만들기 1부 ① 여행박사
신바람 일터 만들기 1부 ① 여행박사
여러 조사들을 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행복 지수’가 100점 만점에 고작 50점 정도라고 한다. 직장인이 불행하면 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없다. 〈한겨레〉는 연중 기획으로 직장 안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본다. 국내외 취재를 통해 △신바람 경영의 국내 모범 사례(1부) △선진 외국 기업들의 신바람 경영 사례(3부) △신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법과 제도 마련(3부) 등 3부로 구성해 연재한다.

승진투표 등 파격…2000년 직원 4명서 400명으로
“상하간 자유로운 의사소통 문화가 성공 밑거름”

한 해가 저물어가던 지난 31일 저녁. 서울시 구로디지털단지 마리오타워에 있는 여행박사 본사 회의실에서는 때아닌 펀드 설명회가 열렸다. 이 회사 신창연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30여명은 증권사 직원들에게 열띤 질문을 던진 뒤 펀드에 가입했다. 이상필 콘텐츠팀 팀장(38)은 “지난주 토요일에 재테크와 리더십 교육이 있었는데 사장님이 2개 강연에 모두 참여한 직원들에게 노트북을 나눠주는 깜짝 이벤트를 열었다. 노트북 받은 직원들은 펀드에 의무 가입하기로 해 오늘 펀드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당시 신 사장은 2명에게만 노트북을 주려 했으나 사다리타기를 하던 중 마음을 바꿨다. 1등은 ‘무료 증정’, 2등은 ‘(노트북 값) 10만원 부담 뒤 증정’ 등 등수를 매겼고 5등 이하 교육에 참석한 전원은 50만원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노트북을 받게 된 것이다. 신 사장은 “2006년 12월 31일에는 모여서 종무식을 했는데 이런 게 너무 형식적이었다”며 “교육을 듣는 게 손해나는 일은 아닌데 이상하게 직원들이 많이 참여하지는 않는다. 자율 참여다”라며 웃었다.

지난 2000년에 설립된 여행사인 ‘여행박사’는 여러모로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회사로 유명하다. 설립 당시 4명의 직원이 현재 400명으로 불어날 만큼 고속 성장했으며 일본여행 송객실적 1위 업체다. 이런 2006년 14억의 순이익이 2007년에는 약 2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수익성도 꾸준하다. 경영실적 뿐 아니라 사원을 위한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 및 자유로운 조직 문화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사무실 곳곳을 돌아다녀보면 임직원들을 위한 시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음료와 술이 거의 무료로 제공되는 ‘야스미’라는 이름의 까페와 회의실 겸 노래방, 숙직실, 체력 단련실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난 7월에 여행박사로 이직한 웹디자인팀 사원인 김영준씨(26)는 “다른 데 비해서 복지시설이 좋다. 까페도 있고 노래방도 업데이트가 꾸준하게 잘 돼 밖으로 놀러 나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자주 시행되는 깜짝 이벤트는 화기애애한 근무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동호회 활동 지원도 적극적이다. 황교윤 제1영업본부 총괄팀장(26)은 “축구 동호회에 소속돼 있는데 활동 계획서를 작성하면 회사에서 지원을 많이 해준다. 얼마 전 동호회원들이 1박 2일간 엠티를 가는데 100만원을 지원 받았다”며 “(이런 지원들 덕분에) 직원들끼리 재밌게 잘 지낼 수 있다. 즐겁지 않으면 일이 힘들다”고 말했다. 1년에 한번씩 전 사원이 가족 및 지인을 동반해 2박3일간 외국연수를 떠나기도 한다.


창업 초기부터 근무했던 직원들은 회사가 어려울 때부터 ‘가족’ 같은 조직문화를 강조했고, 규모가 커진 지금도 여러 제도를 도입해 이런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필 콘텐츠팀 팀장은 “2005년 이사를 해야했는데 자금이 융통이 안돼 사장님에게 전화를 해 빌린적이 있었다”며 “탄력근무제의 경우 직원 20~30명이던 시절에는 ‘늦게까지 일했으면 늦게 출근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는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시행이 되다가 직원 200여명이 넘어가면서 통제가 필요해졌다. 그러다 지난 5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다시 한번 시행해 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서 근무하다 지난 5월 여행박사에 입사한 박혜경 해외마케팅팀 대리(31)는 “결혼하자마자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주했는데 인천 생활 적응할 때까지 10시에 출근해 7시 퇴근이 가능했다”며 “대기업 같은 경우에도 결혼하거나 출산한 뒤 직장 다니기가 쉽지 않은 데 이 회사는 그런 점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여행박사에는 차별받는 비정규직 직원이 없다.

수평적인 의사 결정과 능력 위주의 평가는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준다. 학벌·나이에 상관 없이 직원이 채용되고 팀장 및 이사 승진을 동료들이 직접 투표로 결정한다. 직원 누구든지 나이와 연차에 상관없이 팀장급 3명 및 직원 3명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팀장이나 임원에 도전이 가능하다. 승진 뒤 3년 동안 임기가 보장되지만 재신임에서 떨어지면 다시 직위도 낮아지고 연봉도 줄어든다. 제1영업본부 사원인 차명진(29)씨는 “우리 팀장이 나보다 어리고 부산 지사장은 나랑 동갑이다. 주로 이름이나 별명을 부르기 때문에 쉽게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며 “회사가 커지면서 직위를 부르거나 정장을 입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아직까지는 여행박사 본연의 색깔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더 많다”고 전했다. 입사한 지 1개월이 된 오태석(26)씨는 “막내니까 뭘 하라고 하는 것은 없다. 누구나 다 똑같은 사원으로 대접받는다”고 말했다. 황주영 제1영업본부 본부장(40)은 “자유로운 문화가 우리의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여행박사는 회의를 자주 하지 않지만 온라인 게시판을 통한 조직 내부의 의사소통이 원할하다. 매일 10여건의 글이 올라오는 사내 익명게시판에는 회사의 정책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한 직원은 “‘팀장은 술먹고 나오고 사원은 왜 안되냐’는 등의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익명게시판으로 주로 연차가 낮은 직원들이 할 말을 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다. 여기에 올라오는 글은 절대 무시당하지 않고 문제제기에 해당하는 답변이 달리거나 정책이 수정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조영우 대표이사 권한대행(32)은 “익명게시판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토론을 거쳐 자연스럽게 정화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정책에 대해 논쟁이 끊이질 않을 경우 투표로 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인생도 사업도 무조건 재밌어야 해요”
신창연 대표이사 인터뷰

신창연 대표이사
신창연 대표이사
“직원들도 고객이죠. 내가 즐거우면 고객에게도 즐거움을 전해 줄 수 있습니다”

여행박사를 신바람 나는 일터로 이끌고 있는 신창연(46) 대표이사 사장은 여느 회사 사장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청바지 차림에 연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직원들의 별명을 부르며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눈다. 회사의 특이한 이벤트나 제도는 대부분 신 대표의 아이디어다. 그는 “어느 날 대낮에 영화를 보러 갔는데 그 여유가 너무나 좋아서 1일 데이트 제도(남녀 직원 1명씩을 선정해 법인 차량, 공연관람 및 점심 식사비 지원)를 생각했다”며 “승진 직선제의 경우 내가 선택해서 일한 사람들이 잘못해서 회사가 망하면 원망하지 않을 것 아니냐는 생각에 도입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래도 신 사장은 “우리 회사는 용두사미에요. 100개 정도 실행을 하면 20~30개가 성공하고 실패하면 바로바로 접기도 합니다”면서, 신바람 아이디어가 많이 사장되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구질구질하게 100년을 사는 것보다 즐겁게 10년 사는 게 낫다”며 “인생도 사업도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는 게 내 신조”라고 말했다. 지난 90년 아주관광에 입사하며 관광업과 연을 맺은 것도 ‘이 분야가 놀고 먹으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여행박사는 여행 상품 원가를 공개하고 팁과 옵션을 없앤 것으로도 유명하다. 상식을 깨서 성공했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다른 사람들이 상식을 깬 것이고 우리는 상식을 지킨 것”이라고 답했다.

임직원 복리후생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 경영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신 사장은 “그게 이익이 되는지 계산은 해보지 않았다”며 “회사의 궁극적인 목적이 돈이 되면 이런 정책이 안 맞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직원들을 쥐어짜서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그게 잘 되는 기업이라고 생각진 않는다”고 말했다. “얼마 전 화장실 보수 작업을 했는데 한 직원이 익명게시판에 ‘우리가 삼성도 아니고 화장실에 투자할 돈으로 다른 데 투자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을 올렸다. 이걸 보면서 서운하면서도 기쁘더군요. 자기 회사라고 생각하니깐 그런 의견이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근 신 사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임직원들의 ‘자산운용 교육’ 이다. 그는 “직장인이 급여만 가지고는 생할에 한계가 있다. 월급을 잘 굴리는 방법을 알려주자는 생각에서 펀드 설명회도 개최했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여행박사 복리후생제도

여행박사는 이벤트성 수당 지급에서부터 회사 보증 은행 대출까지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입사 뒤 골프를 배워 1년 이내에 남성 100타, 여성 120타를 달성하면 현금 1천만원을 지원해 준다. 2006년 상하이 직원연수 때 장재진 이사와 심주섭 지점장이 1천만원을 받기도 했다. 처음에는 사장 대신 골프 칠 필요가 있는 팀장급 이상 간부들이 골프 수당의 대상이었는데 이 제도가 확산돼 일반 직원들도 지급 대상이 된 것이다. 매달 베스트 직원 및 베스트 팀에게 포상이 시행된다. 꼭 실적만 가지고 포상을 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 지급한 주황색 점퍼를 가장 많이 입고 다녀 홍보에 기여한 직원’, ‘절약 방안을 마련한 직원’ 등도 포상 대상이다.

여행사 직원들은 자료나 티켓을 직접 가져다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운전 능력이 필수적이다. 면허를 따놓고 실제로 운전하지 않는 장롱 면허 소지자가 동료사원의 도움을 받아 1개월 이내에 사장 앞에서 주행 및 주차까지 해내면 15만원이 지원된다. 또 차 뒷유리에 ‘여행박사’ 스티커를 붙이고 출퇴근 하는 직원들에게는 20만원의 차량 유지비를 지원한다.

출퇴근 왕복 3시간 이상자, 지방 출신자에게 사택이 무료로 제공된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에 사택이 있으며 서울의 경우 빌라 40평형 4채(남여용 각각 2채씩)를 빌려 40여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 임대료는 무료지만 전기료나 난방비 등 공과금은 입주자 공동 부담이다. 만화책을 포함한 다양한 도서구입비도 지원된다. 대신 사내 게시판에 독서 감상문을 써야 한다. 자기개발 비용도 1년에 2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이 가능하다. 헬스클럽, 요리학원 등 업무와 무관해도 상관이 없으며 단 1년 동안 꾸준히 다녔다는 증빙과 성과를 제출하면 후불로 지원된다. 가정형편 때문에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 1년 200만원 한도내에서 학비가 지원된다.

이 외에도 2005년부터 대출이 어려운 직원들을 위해 회사에서 보증을 서고 은행 대출(1천만~2천만원)을 받게끔 지원해준다. 2005년 이전에는 회삿돈을 직원들이 직접 빌려 쓰기도 했으나 자본금보다 직원 대출금이 많아지면서 제도를 바꿨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자녀 1명당 20만원, 2명에는 40만원 한도까지 매달 지급되는 자녀수당도 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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