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박사 직원들이 지난달 28일 일과시간 중 회의실을 겸한 노래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바람 일터 만들기 1부 ① 여행박사
신바람 일터 만들기 1부 ① 여행박사
“상하간 자유로운 의사소통 문화가 성공 밑거름” 한 해가 저물어가던 지난 31일 저녁. 서울시 구로디지털단지 마리오타워에 있는 여행박사 본사 회의실에서는 때아닌 펀드 설명회가 열렸다. 이 회사 신창연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30여명은 증권사 직원들에게 열띤 질문을 던진 뒤 펀드에 가입했다. 이상필 콘텐츠팀 팀장(38)은 “지난주 토요일에 재테크와 리더십 교육이 있었는데 사장님이 2개 강연에 모두 참여한 직원들에게 노트북을 나눠주는 깜짝 이벤트를 열었다. 노트북 받은 직원들은 펀드에 의무 가입하기로 해 오늘 펀드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당시 신 사장은 2명에게만 노트북을 주려 했으나 사다리타기를 하던 중 마음을 바꿨다. 1등은 ‘무료 증정’, 2등은 ‘(노트북 값) 10만원 부담 뒤 증정’ 등 등수를 매겼고 5등 이하 교육에 참석한 전원은 50만원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노트북을 받게 된 것이다. 신 사장은 “2006년 12월 31일에는 모여서 종무식을 했는데 이런 게 너무 형식적이었다”며 “교육을 듣는 게 손해나는 일은 아닌데 이상하게 직원들이 많이 참여하지는 않는다. 자율 참여다”라며 웃었다. 지난 2000년에 설립된 여행사인 ‘여행박사’는 여러모로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회사로 유명하다. 설립 당시 4명의 직원이 현재 400명으로 불어날 만큼 고속 성장했으며 일본여행 송객실적 1위 업체다. 이런 2006년 14억의 순이익이 2007년에는 약 2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수익성도 꾸준하다. 경영실적 뿐 아니라 사원을 위한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 및 자유로운 조직 문화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사무실 곳곳을 돌아다녀보면 임직원들을 위한 시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음료와 술이 거의 무료로 제공되는 ‘야스미’라는 이름의 까페와 회의실 겸 노래방, 숙직실, 체력 단련실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난 7월에 여행박사로 이직한 웹디자인팀 사원인 김영준씨(26)는 “다른 데 비해서 복지시설이 좋다. 까페도 있고 노래방도 업데이트가 꾸준하게 잘 돼 밖으로 놀러 나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자주 시행되는 깜짝 이벤트는 화기애애한 근무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동호회 활동 지원도 적극적이다. 황교윤 제1영업본부 총괄팀장(26)은 “축구 동호회에 소속돼 있는데 활동 계획서를 작성하면 회사에서 지원을 많이 해준다. 얼마 전 동호회원들이 1박 2일간 엠티를 가는데 100만원을 지원 받았다”며 “(이런 지원들 덕분에) 직원들끼리 재밌게 잘 지낼 수 있다. 즐겁지 않으면 일이 힘들다”고 말했다. 1년에 한번씩 전 사원이 가족 및 지인을 동반해 2박3일간 외국연수를 떠나기도 한다.
창업 초기부터 근무했던 직원들은 회사가 어려울 때부터 ‘가족’ 같은 조직문화를 강조했고, 규모가 커진 지금도 여러 제도를 도입해 이런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필 콘텐츠팀 팀장은 “2005년 이사를 해야했는데 자금이 융통이 안돼 사장님에게 전화를 해 빌린적이 있었다”며 “탄력근무제의 경우 직원 20~30명이던 시절에는 ‘늦게까지 일했으면 늦게 출근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는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시행이 되다가 직원 200여명이 넘어가면서 통제가 필요해졌다. 그러다 지난 5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다시 한번 시행해 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서 근무하다 지난 5월 여행박사에 입사한 박혜경 해외마케팅팀 대리(31)는 “결혼하자마자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주했는데 인천 생활 적응할 때까지 10시에 출근해 7시 퇴근이 가능했다”며 “대기업 같은 경우에도 결혼하거나 출산한 뒤 직장 다니기가 쉽지 않은 데 이 회사는 그런 점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여행박사에는 차별받는 비정규직 직원이 없다. 수평적인 의사 결정과 능력 위주의 평가는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준다. 학벌·나이에 상관 없이 직원이 채용되고 팀장 및 이사 승진을 동료들이 직접 투표로 결정한다. 직원 누구든지 나이와 연차에 상관없이 팀장급 3명 및 직원 3명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팀장이나 임원에 도전이 가능하다. 승진 뒤 3년 동안 임기가 보장되지만 재신임에서 떨어지면 다시 직위도 낮아지고 연봉도 줄어든다. 제1영업본부 사원인 차명진(29)씨는 “우리 팀장이 나보다 어리고 부산 지사장은 나랑 동갑이다. 주로 이름이나 별명을 부르기 때문에 쉽게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며 “회사가 커지면서 직위를 부르거나 정장을 입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아직까지는 여행박사 본연의 색깔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더 많다”고 전했다. 입사한 지 1개월이 된 오태석(26)씨는 “막내니까 뭘 하라고 하는 것은 없다. 누구나 다 똑같은 사원으로 대접받는다”고 말했다. 황주영 제1영업본부 본부장(40)은 “자유로운 문화가 우리의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여행박사는 회의를 자주 하지 않지만 온라인 게시판을 통한 조직 내부의 의사소통이 원할하다. 매일 10여건의 글이 올라오는 사내 익명게시판에는 회사의 정책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한 직원은 “‘팀장은 술먹고 나오고 사원은 왜 안되냐’는 등의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익명게시판으로 주로 연차가 낮은 직원들이 할 말을 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다. 여기에 올라오는 글은 절대 무시당하지 않고 문제제기에 해당하는 답변이 달리거나 정책이 수정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조영우 대표이사 권한대행(32)은 “익명게시판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토론을 거쳐 자연스럽게 정화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정책에 대해 논쟁이 끊이질 않을 경우 투표로 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인생도 사업도 무조건 재밌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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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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