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신입사원들이 연수를 마친 뒤 졸업식에서 수료증을 들어보이며 환호하고 있다. 한국화이자 제공
[일터살펴보기] 한국화이자
직원존중·양성평등·열린소통·자기개발 문화 확고
‘더 건강한 인류’ 이상 좋지만 목표달성 압박 강해 “작은 알약 하나에는 방대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제약업계에선 ‘제약산업이야말로 정보산업’이라고 해요.” 한국화이자 홍보팀 이은정 과장의 말이다. 신약 개발에는 엄청난 비용과 연구인력이 투입되고 10~20년의 긴 시간이 걸린다. 동물과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끈질긴 임상시험을 통해 수천가지 후보 물질 중에서 약리작용이 뛰어나고 부작용은 가장 적은 물질을 찾아내야 한다. 겉보기엔 조그만 유당과 전분 덩이에 이 모든 축적된 과정이 녹아 있는 셈이다. 한국화이자는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업체다. 지난해 매출이 3627억원. 전문의약품회사로는 국내 1위다. 지난 19일 서울 명동 한국화이자 본사에서 입사 3~5년차 사원 3명을 만났다. 중견 간부나 임원이 아닌 대리급 사원들로부터 회사와 자신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였다. 이즈음이면 대개 새내기 티를 벗고 업무에 탄력이 붙는 한편으로, 자신이 선택한 삶과 직장에 대한 ‘딴생각’도 많아질 때다. 김영애 과장대리(인사부·경력 2년차), 김기영 주임(영업교육부·5년차), 채혜승 주임(마케팅부·3년차)이 참석했다. 회사 자랑으로 말문을 열었다. “최근엔 전문가를 초청해 전 사원을 대상으로 ‘인체공학 컨설팅’을 했어요. 의자와 책상의 높낮이를 각자 몸에 맞춰주고 실내 조명의 밝기와 각도까지도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니 ‘신나는 일터’이지요.”(김기영 주임) “‘인간존중’과 ‘참여’라는 핵심 가치가 사내문화로 실천되고 있지요. 지난해 회사 사옥을 명동으로 옮기면서 사무실 가구의 디자인과 색깔, 배치까지도 사원들이 의견을 모아 직접 꾸몄습니다.”(김영애 과장대리)
“입사 3개월째에 최고경영진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어요. 서로 배려하고 자기계발을 북돋워주는 ‘열린 문화’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도 빼놓을 수 없죠.”(채혜승 주임) 한국화이자는 550여명의 임직원 중 여성이 절반이다. 50명의 중간관리자급 매니저의 남녀 성비도 1:1이다. 김영애 과장대리는 “남녀평등 문화가 너무 자연스러워 그런 문제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화이자의 인력관리와 자기계발 프로그램은 눈여겨볼 만하다. 직원평가 시스템인 ‘탤런트 리뷰’는 1년에 한 번씩 전 직원이 시간을 할애해 상사와 동료, 부하직원에 대한 평가회의에 참석해야 하는데 완료까지 두 달이 걸린다고 한다. 평가 결과는 최적의 업무 배치와 경력개발의 데이터로 활용된다. 지난 2005년부터는 중간 관리자급을 대상으로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창조적 리더십 교육센터’(CCL)에서 리더십 교육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또 워크숍에 앞서 상사·동료·부하 직원들로부터 ‘360° 다면평가’를 받고, 그 보고서를 기준으로 그룹 컨설팅, 롤플레이, 전문가 1:1 컨설팅 등을 받게 된다. 이 컨설팅은 인사 고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개발을 위한 자료이므로 개별 컨설팅 보고서는 당사자에게만 전달될 뿐 회사에는 전달되지 않는다고 한다. 올해 초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김아무개 부장은 “평가 결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그런 점들을 내가 개발해야 할 영역이라고 받아들이고 나니 긍정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며 “내년에는 더 발전해있을 자신을 상상하니 흥분되기까지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화이자 직원으로서 힘든 점에 대해서도 솔직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제약업계 영업직의 68%가 ‘그만두고 싶다’고 응답한 설문을 본 적이 있습니다. 판매목표 달성에 대한 중압감, 그리고 고객(의사)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더라고요.”(김기영) “회사의 ‘드라이빙’(업무 독려)이 강하고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강조해 버거울 때도 있어요.”(채혜승) “과제 시한이 너무 촉박합니다. ‘빠를수록 좋다’는 게 알고 보니 ‘지금 당장’이란 뜻이더라고요. 자율성이 보장되는 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도 분명하고요.”(김영애) 그 대신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가 분명하고, 급여·복리후생·자기계발 가능성도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성과급까지 합쳐 4천만원 정도다. 한국화이자에는 정직·혁신·인간존중·고객중심·팀워크·리더십·성과·지역사회·품질 등 9대 핵심 가치가 있다. 이런 가치는 ‘인류가 더 건강하게, 더 오래,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라는 비전으로 모인다. 인사 담당 매니저는 “한국화이자가 선호하는 인재도 이런 가치에 부합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채혜승 주임의 입사면접 때 에피소드는 뭉클하고도 강렬하다. “면접위원에게 ‘왜 한국화이자에서 근무하시느냐’고 질문했는데 그 답변에 너무나 감명받았어요. 기업의 최고 목표는 ‘이윤 추구’이지만, 제약회사는 그 이윤을 최고의 가치인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데 다시 쓰는 유일한 업종이라는 거예요. 업무가 결코 느슨하지 않지만, 이런 독특한 경험과 충만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더 건강한 인류’ 이상 좋지만 목표달성 압박 강해 “작은 알약 하나에는 방대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제약업계에선 ‘제약산업이야말로 정보산업’이라고 해요.” 한국화이자 홍보팀 이은정 과장의 말이다. 신약 개발에는 엄청난 비용과 연구인력이 투입되고 10~20년의 긴 시간이 걸린다. 동물과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끈질긴 임상시험을 통해 수천가지 후보 물질 중에서 약리작용이 뛰어나고 부작용은 가장 적은 물질을 찾아내야 한다. 겉보기엔 조그만 유당과 전분 덩이에 이 모든 축적된 과정이 녹아 있는 셈이다. 한국화이자는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업체다. 지난해 매출이 3627억원. 전문의약품회사로는 국내 1위다. 지난 19일 서울 명동 한국화이자 본사에서 입사 3~5년차 사원 3명을 만났다. 중견 간부나 임원이 아닌 대리급 사원들로부터 회사와 자신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였다. 이즈음이면 대개 새내기 티를 벗고 업무에 탄력이 붙는 한편으로, 자신이 선택한 삶과 직장에 대한 ‘딴생각’도 많아질 때다. 김영애 과장대리(인사부·경력 2년차), 김기영 주임(영업교육부·5년차), 채혜승 주임(마케팅부·3년차)이 참석했다. 회사 자랑으로 말문을 열었다. “최근엔 전문가를 초청해 전 사원을 대상으로 ‘인체공학 컨설팅’을 했어요. 의자와 책상의 높낮이를 각자 몸에 맞춰주고 실내 조명의 밝기와 각도까지도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니 ‘신나는 일터’이지요.”(김기영 주임) “‘인간존중’과 ‘참여’라는 핵심 가치가 사내문화로 실천되고 있지요. 지난해 회사 사옥을 명동으로 옮기면서 사무실 가구의 디자인과 색깔, 배치까지도 사원들이 의견을 모아 직접 꾸몄습니다.”(김영애 과장대리)
“입사 3개월째에 최고경영진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어요. 서로 배려하고 자기계발을 북돋워주는 ‘열린 문화’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도 빼놓을 수 없죠.”(채혜승 주임) 한국화이자는 550여명의 임직원 중 여성이 절반이다. 50명의 중간관리자급 매니저의 남녀 성비도 1:1이다. 김영애 과장대리는 “남녀평등 문화가 너무 자연스러워 그런 문제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화이자의 인력관리와 자기계발 프로그램은 눈여겨볼 만하다. 직원평가 시스템인 ‘탤런트 리뷰’는 1년에 한 번씩 전 직원이 시간을 할애해 상사와 동료, 부하직원에 대한 평가회의에 참석해야 하는데 완료까지 두 달이 걸린다고 한다. 평가 결과는 최적의 업무 배치와 경력개발의 데이터로 활용된다. 지난 2005년부터는 중간 관리자급을 대상으로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창조적 리더십 교육센터’(CCL)에서 리더십 교육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또 워크숍에 앞서 상사·동료·부하 직원들로부터 ‘360° 다면평가’를 받고, 그 보고서를 기준으로 그룹 컨설팅, 롤플레이, 전문가 1:1 컨설팅 등을 받게 된다. 이 컨설팅은 인사 고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개발을 위한 자료이므로 개별 컨설팅 보고서는 당사자에게만 전달될 뿐 회사에는 전달되지 않는다고 한다. 올해 초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김아무개 부장은 “평가 결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그런 점들을 내가 개발해야 할 영역이라고 받아들이고 나니 긍정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며 “내년에는 더 발전해있을 자신을 상상하니 흥분되기까지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화이자 직원으로서 힘든 점에 대해서도 솔직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제약업계 영업직의 68%가 ‘그만두고 싶다’고 응답한 설문을 본 적이 있습니다. 판매목표 달성에 대한 중압감, 그리고 고객(의사)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더라고요.”(김기영) “회사의 ‘드라이빙’(업무 독려)이 강하고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강조해 버거울 때도 있어요.”(채혜승) “과제 시한이 너무 촉박합니다. ‘빠를수록 좋다’는 게 알고 보니 ‘지금 당장’이란 뜻이더라고요. 자율성이 보장되는 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도 분명하고요.”(김영애) 그 대신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가 분명하고, 급여·복리후생·자기계발 가능성도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성과급까지 합쳐 4천만원 정도다. 한국화이자에는 정직·혁신·인간존중·고객중심·팀워크·리더십·성과·지역사회·품질 등 9대 핵심 가치가 있다. 이런 가치는 ‘인류가 더 건강하게, 더 오래,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라는 비전으로 모인다. 인사 담당 매니저는 “한국화이자가 선호하는 인재도 이런 가치에 부합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채혜승 주임의 입사면접 때 에피소드는 뭉클하고도 강렬하다. “면접위원에게 ‘왜 한국화이자에서 근무하시느냐’고 질문했는데 그 답변에 너무나 감명받았어요. 기업의 최고 목표는 ‘이윤 추구’이지만, 제약회사는 그 이윤을 최고의 가치인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데 다시 쓰는 유일한 업종이라는 거예요. 업무가 결코 느슨하지 않지만, 이런 독특한 경험과 충만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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