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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일터살펴보기] 위계질서와 동료애로 뭉친 현대제철

등록 2007-10-01 10:13

지난 7월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해수욕장에서 열린 현대제철의 여름 수련대회에서 지난해 입사한 사원들이 바닷물 속에 들어가 기마전을 벌이며 우정과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지난 7월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해수욕장에서 열린 현대제철의 여름 수련대회에서 지난해 입사한 사원들이 바닷물 속에 들어가 기마전을 벌이며 우정과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튀는 인재보다 꾸준하고 인화력 있는 인재 선호
성실한 자기소개서·소신있는 면접이 합격의 열쇠
‘가족적인 끈끈한 정.’ ‘선후배간 수직적 질서.’

현대제철의 분위기를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에 임직원들이 한결같이 밝힌 내용의 골자이다. 정이 넘치지만 상하간의 위계는 분명하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이 기대하는 새내기 인재의 모습도 이런 분위기에 맞아야 한다. 심의랑 인사팀장은 “면접 기준에 ‘끈끈한 정’이란 항목은 없지만, 사실상 대부분 기준 항목들이 그런 점을 담고 있고 면접위원들도 이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선후배간의 질서’는 자칫 구시대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인상을 줄 수 있으나 그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심 팀장은 “역사가 오랜 제조업체다 보니 지금까지 쌓인 노하우를 전수하는 바탕 위에서 새 기술을 발전시키게 된다”며 “따라서 선후배간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체의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특출한 인재보다는 기존 틀을 지키면서도 변화를 추구하는 인재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런 끈끈한 조직문화는, 지난 2004년 10월 현대제철(당시 INI스틸)이 옛 한보철강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도 잘 나타났다. 자산인수 방식이었음에도 당시 남아있던 한보철강 직원 600여명을 모두 고용했으며, 현대제철의 72~76% 수준이었던 임금도 8개월 만에 같은 수준으로 올려줬다. 심지어 2005~2006년 당진의 열연공장을 재가동하면서 인수 전에 그만둔 한보철강 직원 200여명을 복직시키기도 했다. 장영식 홍보팀 과장은 “회사 안의 끈끈한 문화는 인수합병 때는 물론이고, 노사협상 때나 임직원들에게 애경사가 있을 때도 잘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한해에 보통 100여명 뽑는 대졸 신입사원 공채과정은 꼼꼼한 편이다. 보통 지원자 전체에서 대학, 전공학점, 영어점수, 자격증 등을 검토해 3천명 정도를 골라낸다. 그 다음엔 3천명의 자기소개서를 일일이 보면서 불성실하게 적었거나 다른 회사에도 똑같이 냈을 법한 틀에 박힌 내용은 가장 먼저 떨어뜨린다. 2006년 12월 입사한 마케팅전략팀의 김성진씨는 “입사 서류에서 요구하는 글의 길이가 짧은데, 그 안에 자신을 성실히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2차엔 면접과 인성·적성 검사를 한다. 전공 면접에서는 정답이 있으나, 나머지 일반 면접에서는 정답이 없다. 서정호 인사팀 과장은 “일반 면접에서 당황할 수 있는데, 소신을 갖고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귀띔했다. 인성·적성 검사에서는 현대제철의 분위기에 잘 어울릴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를 뽑는다. 3차에서는 2차 때의 평가를 바탕으로 임원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현대제철은 인재를 뽑은 뒤 교육시키는 과정도 길고 꾸준하다. 먼저 4주간의 입문교육에서 ‘현대차그룹’에 대한 이해와 조직원으로서의 소양과 전망을 갖추도록 하고, 2주간의 부서순환 교육에서는 회사 전반의 업무를 이해하도록 한다. 신입 사원이 부서에 배치된 뒤에도 석달 동안 업무현장훈련(OJT), 1년 동안의 멘토링을 받는다. 또 1년 미만의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제주도 여름 수련대회, 입사 3년차 때의 ‘향상과정’까지 거쳐야 비로소 신입사원에서 벗어나 ‘주도적 사원’이 된다.

현대제철에서 자랑하는 또 다른 교육 프로그램은 사무·기능직 모두에게 주어지는 단기 외국연수다. 전체 4200여명인 기능직은 ‘노사합동 해외연수’라는 이름으로 1년에 700명씩 7일 정도 휴식 겸 연수를 가고, 1800여명인 사무직도 1년에 50여명씩 10일 정도 ‘직원 이문화 체험’을 떠난다. 김경식 홍보팀장은 “직원들이 국제적인 시각을 갖고 생활의 재충전을 위해 마련한 제도인데 아주 반응이 뜨겁다”고 소개했다.

현대제철 입사를 원하는 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2006년 입사한 사원들에게 들어봤다. 인사팀의 유덕기씨는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지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며 “현대차그룹과 현대제철에 대해 미리 공부하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농구심판 자격증을 가졌다는 수입원료구매팀의 전소영씨는 “철강회사인만큼 여성들도 선이 굵고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강한 체력과 정신력, 남성들과의 융화력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1953년 전후 복구사업을 위해 ‘대한중공업공사’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한국 첫 철강회사다. 처음엔 고철을 모아다가 철근과 철선을 만드는 회사였으나, 1964년 인천제철로 이름을 바꾸고, 1978년 현대그룹에 인수되면서 규모를 키워왔다. 외환위기 뒤 강원산업, 삼미특수강 일부 사업부, 한보철강 등을 차례로 인수해 현재 임직원 6천여명에 인천·포항·당진·중국 칭다오에 4개 공장을 보유한 업체로 성장했다. 2006년 5조4810억원의 매출과 47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국내 2위, 세계 32위의 철강회사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선배, 이게 궁금해요!

-제철 회사는 조직도 딱딱한 느낌일 것 같습니다. 사내 조직은 유연한가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팀별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프로젝트에 따른 테스크포스팀(TFT)이 활성화돼 있습니다.

-국제업무 지원 때 영어 외의 선호 외국어는 무엇입니까?

=중국의 철강산업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중국시장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어 능통자를 선호합니다.

-중기계 영업직은 기계를 전공해야 합니까?

=영업은 특별히 그 분야를 전공한 엔지니어가 아니어도 가능합니다. 기계 전공 미이수자도 중기계 영업이 가능합니다.

-연구 분야의 최소 학위와 선호 전공은 무엇입니까?

=연구개발 분야는 석사 이상의 학력 소지자가 채용 대상입니다. 전공은 금속재료 분야입니다.

-현대제철도 지방 근무가 있습니까? 있다면 어떻게 됩니까?

=철강업체는 공장이 지방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현대제철은 현재 인천과 당진, 포항지역에 3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부산과 대구, 대전, 광주 등지에 지방영업소를 두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복리후생이 있습니까?

=미취학 자녀를 둔 임직원에게는 분기당 10만원씩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문과 계열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경영 파트에서도 외국 근무의 기회가 많습니까?

=문과 계열 학생도 영업과 구매 업무를 지원할 수 있으며, 실제로 미국을 비롯해 중국과 독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일본,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지 국외지사에서 많은 문과 계열 전공자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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