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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최영순의 톡톡 튀는 직업인] 디지털로 쓰는 손글씨의 매력

등록 2007-09-02 21:51

김종건(36·필묵 대표)씨
김종건(36·필묵 대표)씨
캘리그래퍼 김종건 ‘필묵’ 대표
단번에 눈길 못 끌면 실패
개성적 글씨 만들기 과제

김종건(36·필묵 대표)씨는 요즘 잘나가는 캘리그래퍼(Calligrapher), 우리말로는 손글씨 전문가다. 영화 포스터인 ‘복수는 나의 것’, 농심의 ‘건면세대’, 김치냉장고 딤채 앞면의 한글 패턴이 그의 작품이다.

서예를 전공한 뒤 서체디자이너로 근무하던 김씨가 인사동에 손글씨 전문업체를 처음 낸 것은 1993년. 일본의 서예 관련 웹사이트에서 다양한 손글씨들이 디자인 제품으로 활용되는 것을 보고, 이 길로 뛰어든 것이다.

“서예를 어떻게 대중화시킬 것인지가 전공자로서의 한결같은 고민이죠. 창업 초창기에는 패키지, 광고, 책 표지, 간판과 같은 시각디자인 쪽에 활용되는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생활도자기, 가구, 가전제품, 생활인테리어 등으로 손글씨 시장이 많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제품이나 책 내용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최적의 글씨체를 뽑기까지는 부단한 노력이 뒤따른다. 책 내용을 모두 읽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상품명을 의뢰한 고객과 콘셉트를 놓고 충분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단번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않으면 ‘실패’이기 때문이다.

“화선지에 붓으로 쓴 글씨를 스캔받아 컴퓨터로 다시 작업을 하게 됩니다. 포토샵 등을 이용해 글자꼴을 만들어 가는 거지요. 손글씨는 아날로그이지만 디지털의 충분한 도움을 받아 좀더 아름다운 새 작품으로 탄생하지요.”

“획이 가볍다, 조형성이 떨어진다, 서예의 전통을 파괴한다며 비판하는 서예가들도 있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이들도 있고요. 하지만 붓으로 쓰인 아름다운 한글이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고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을 만나 상품을 더 부각시키는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손글씨를 디자인에 접목하고자 그의 회사를 찾아 배움을 구하는 광고회사나 출판사의 디자이너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서예가라면 타이포그래피와 디자인을 이해해야 하고 반대로 디자이너라면 붓을 통해 나오는 글씨의 맛을 디자인 콘셉트에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겠죠. 많은 디자이너들이 손글씨, 먹그림, 전각을 공부하고 있는데, 서로 잘 협력한다면 우리나라의 디자인과 서예가 큰 발전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최영순의 톡톡 튀는 직업인
최영순의 톡톡 튀는 직업인
최근 들어 너무 많은 곳에서 손글씨를 사용하는 바람에 오히려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행하는 이미지를 너도나도 비슷하게 베껴쓰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김씨는 자기만의 개성을 살린 글씨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손글씨 전문가의 과제라고 강조한다.

“영어는 물론이고 일본어나 중국어보다도 한글은 서체 개발이 뒤떨어져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글씨체 디자인에 나선 셈이죠. 하지만 한국의 손글씨와 디자인이 유럽에까지 알려질 날이 멀지 않았다고 자신합니다.”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 withys@work.g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고용정보원 TIP

캘리그래퍼는 서예의 기교와 디자인 능력이 모두 필요한 직업이다. 손글씨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서 일하기도 하지만 편집디자인 업체, 패키지디자인 업체 등에서 다른 디자인 업무와 병행하는 경우도 많으며 프리랜서로 활동하기도 한다.

손글씨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는 아직 5곳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많아 앞으로 그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티브이 타이틀, 포장디자인, 광고디자인 등에서 사용하였으나 최근에는 폰트, 편집, 간판, 영화 포스터, 패션, 인테리어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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