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하지원.
배우 하지원이 24일 검찰에 소환됐다. 스펙트럼 DVD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피내사자 자격이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사건'이다. 그런데 주목되는 점은 앞으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연예계가 본격적으로 산업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수십년간 개인회사 형태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온 국내 연예기획사들이 최근 1~2년간 선진 기업형으로 '변신'을 꾀하면서 지금 연예계는 자고 일어나면 판도가 바뀌는 양상을 띠고 있다.
연예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코스닥 자금, 통신업체 자금 등 거대 자본이 급속도로 유입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언제부터인가 연예계 소식이 증권 공시를 통해 가장 먼저 알려지는 상황이 됐다. 이 과정에서 웬만한 연예기획사들은 코스닥 우회상장을 실현하거나 추진 중이며, 공시에서 스타의 이름이 거론된 기업의 주가는 연일 상종가를 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하지원이 검찰에 소환된 것 역시 같은 맥락. 하지원이 작년 6월 스펙트럼 DVD의 최대주주가 됐다는 공시가 뜨면서 이 회사 주가가 2천800원대에서 1만3천원대로 뛰었는데, 그는 두 달 뒤 36만4천200주(6.03%)를 매각해 모두 10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이에 금융감독원 증권선물위원회는 '배후세력'이 하지원을 끌어들여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을 고가에 처분해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보고 하지원 등 4명을 작년 12월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 하지원 측은 "현재 검찰 조사 중이라 말을 아끼겠다"면서도 주가조작혐의에 대해서는 억울한 심경을 조심스럽게 내보였다.
연예계가 산업화를 꾀하는 것은 자금의 투명한 관리와 함께 이익의 체계적인 재생산을 유도하는 장점이 있다. 이는 연예 기획사가 스타의 부침에 따라 단명하는 '구멍가게'가 아니라, 고유의 브랜드를 갖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틀을 갖추게 함으로써 연예계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반면 이 과정에서 불건전한 한탕주의를 부추겨 선량한 피해자를 낳을 가능성이 커 경계를 필요로 한다. 특히 주식 시장과 연계됐을 경우에는 피해 규모가 상상 이상일 수 있는 것.
연예 관계자들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현란한 합종연횡에 대해 "거품이 심하다"면서 "앞으로 1년 안에 옥석이 가려져 정리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산업화를 향해 가는 국내 연예계가 진통 과정을 최소화하고 자리를 잡아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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