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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코스닥 ‘검은 월요일’

등록 2006-01-23 19:20수정 2006-01-23 22:55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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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8P 폭락 … ‘서킷브레이커’ 첫 발동
코스피도 27.35P 내려 1300선 무너져
검은 월요일! 주식시장이 크게 폭락했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악순환에 빠져들면서 붕괴 직전 상태로 내몰렸다.

23일 증시에서는 심리적 공황 상태가 빚어지며 코스닥지수가 무려 63.98(9.62%) 폭락하고, 코스피지수는 13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거래일시정지(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 동안 매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주 말보다 27.35(2.06%) 내린 1297.43으로 마감했으며, 코스닥지수는 10%에 육박하는 대폭락으로 601.33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의 낙폭은 2001년 9·11 테러 이튿날인 9월12일의 11.59% 이후 최대치다. 이로써 코스피지수는 지난 16일 이후 5거래일 동안 124.36이나 하락했으며, 코스닥지수는 이 기간 153.64의 낙폭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11월 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낙폭 확대는 뚜렷한 악재가 추가로 돌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분출돼 증시 관계자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지난주부터 한꺼번에 터져나온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 증시의 반도체주 하락, 환율 하락 등 나라 안팎의 악재들이 상당부분 증시에 이미 반영됐다고 낙관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주말 미국 증시가 최근 2년 사이 최대 낙폭을 기록한 데 이어, 일본·대만 등 아시아 주요 국가의 증시도 이날 함께 추락하는 등 세계증시 급락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어 한국 증시도 이에 동조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올 들어 두드러진 달러 약세 현상 탓에 국제 유동성 자산이 달러나 주식 같은 ‘불확실성이 강한 자산’ 대신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금과 원유선물 등 상품시장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증시는 장 시작부터 약세로 출발한 뒤, 오후 장부터 펀드 환매 가능성에 대한 루머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공황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말았다. 뚜렷한 매수 주체가 실종된 가운데 과도한 미수금이 주는 부담감으로,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투매양상까지 겹쳐졌다. 결국 오후 2시19분께 코스닥지수 하락률이 10%가 넘는 상황이 1분 이상 지속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특히 증시 안전판 구실을 해야 할 기관이 매도에 앞장서 폭락장세를 유발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관투자가들이 연이은 지수 폭락으로 손절매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국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사상 최다인 895개 종목이 하락한 가운데 하한가 종목이 347개나 되었다.

증권 전문가들은 “주식 양도차익 과세 등 세금 관련 루머 미해소, 국제유가 급등, 인텔과 야후 등 대표 기술주의 실적부진에 따른 미국 주가 급락 등 증시 주변이 온통 악재투성이”라며,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어 당분간 섣부른 매매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서킷 브레이커’란

주가지수가 전날 최종 수치보다 10% 이상 급락해 1분간 지속될 때 20분 동안 모든 종목의 거래를 중지시키는 제도다. 주식시장의 단기 투매에 따른 시장 붕괴를 막으려는 장치다. 코스닥에서는 처음이고, 거래소에서는 2001년 9·11 테러 다음날인 12일을 포함해 지금까지 세 차례 발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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