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전망에 투자 나섰는데…”
‘설마 이번주까지 이어질까…’라며, 반등을 기대했던 ‘개미’들은 23일 거래소와 코스닥의 동반 폭락에 머리를 쥐어 뜯었다.
지난해 연말 장밋빛 증시전망에 이끌려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에게 최근 일주일 사이 벌어진 폭락장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건설업체에 근무하는 조아무개(33)씨는 지난해 12월 주식투자를 반대하는 아내를 간신히 설득해 대기업 ㄷ사의 주식 2천만원어치를 매입했다. 주식투자 경험이 없는 조씨였지만, “이번 활황장세 못타면 바보”라는 동료들의 말에 결심을 했다. 반대하던 아내도 조씨가 지목한 종목의 주가가 매일 오르자 갈등 끝에, 적금 해약을 허락했다. 당시 2만1천원이던 주식은 이달 10일까지만 해도 2만7천원을 웃돌았다. 수익만 5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중간에 1천만원을 한 코스닥 기업에 더 투자했다. 이 역시 2주 전만해도 수익률 15%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조씨의 콧노래는 지난주부터 잦아들었다. 두 종목 모두 하루 1500~2000원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주 목요일부터 원금을 까먹기 시작했다. 23일 마감 기준으로 조씨의 평가액은 두 종목 합쳐 ‘-650만원’.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 조씨는 “사람은 많아도, 팔 때를 일러주는 사람은 없더라”고 털어놨다.
이날 오후 ‘네이버’ 증권란의 종목게시판에는 조씨처럼 ‘손절매를 해야하는지, 기다려야 하는 건지’ 답답함을 호소하는 개미들의 글이 수천건 올라왔다. “이틀만에 1천만원 까먹었다”는 네티즌이 있는가 하면, 한 네티즌은 게시판에 “파란색을 오래보고 있으니 실성하기 일보직전”이라며 “이번주 자살하는 사람이 나오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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