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포스코 SKT 두산중 신세계등 대표우량주 쓸어담아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증시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힌 ‘가치투자의 귀재’ 미국의 워런 버핏이 과연 어떤 종목에 투자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인 순자산 430억 달러로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 큰 부자로 알려진 버핏은 미국 이외의 기업에는 좀처럼 투자하지 않는 등 종목 선정에 관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그의 한국 증시 투자는 여러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고 증시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17일 증권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는 지난해 말 국내의 한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블루칩인 삼성전자와 포스코, 에스케이텔레콤, 두산중공업 등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20개 종목의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신화로 유통업계 1위를 달리는 신세계와 농심, 하이트 등 음식료와 유통관련 주식도 상당수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버핏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한국에)투자 배수(주가수익비율)가 낮으면서도 실적전망이 좋은 기업이 있으며, 잉여현금이 아주 많은 기업들도 있다”며 “투자한 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일부 지분을 처분했지만, 주가는 여전히 싸다”고 평가했다. 버핏이 이번에 투자한 자금은 그가 운용하는 2000억달러 규모의 투자보험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가 아닌, 자신의 개인계좌를 동원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버핏은 자신이 잘 아는 유망기업의 내재가치를 분석한 뒤 저평가됐을 때 주식을 매집해 장기간 보유하는 전략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1951년 이후 지금까지 연평균 31%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해 ‘가치투자’의 전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한국 투자도 씨티그룹이 특별고객에게 제공하는 한국 증시 분석보고서를 참고해 투자 종목을 직접 선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지만, 버핏의 한국투자는 그 자체만으로도 미국 등 해외에서 한국 증시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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