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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인도의 화폐개혁에 떨고 있는 국제 금 가격

등록 2016-12-25 16:13수정 2016-12-25 21:00

고액권 사용금지하고 신권 교체로 현금 부족사태
최대 큰손 인도 결혼식마저 줄어 금 수입 급감
인도 정부, 검은돈 세탁 경로 금 시장 감시 강화
금값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들이 금반지를 정리하고있다.  연합뉴스
금값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들이 금반지를 정리하고있다. 연합뉴스
최근 국제 금값 급락 가속화에 최대 금 소비국인 인도의 화폐개혁도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와 주목된다. 국제 금시장의 최대 큰손인 인도가 화폐개혁으로 단기적 경기 위축을 겪으며 금 거래와 소비도 줄어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1133.6달러를 기록해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달 9일(1278.4달러)보다 11.3%나 떨어졌다. 물론 금값 약세는 달러 초강세와 미국 금리 상승이 주요 원인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미 대선이 치러진 지난달 8일 인도에서는 화폐개혁안이 전격 발표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고액권에 속하는 500루피(약 8650원)와 1000루피 지폐의 사용을 금지하고 새 화폐로 교체하기로 했다.

이는 부정과 탈세를 막고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20%로 추정되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옛 화폐를 은행에 예금하거나 새 화폐로 교환해야 인정해주는 방식인데 예금액이 25만루피(약 430만원)를 넘으면 세무조사 대상이다. ‘떳떳하게 모은 돈이면 공개하고, 부정부패에 얽힌 돈은 포기하라’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고액권 유통 금지의 초반 후유증은 만만치 않았다. 인도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지난 10일까지 구권은 80%가 회수됐으나 신권 교체는 공급 차질과 은행예치 전환 등으로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은행들이 현금이 없어 오후에는 인출을 거부하기 일쑤이며, 현금인출기는 대부분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란 것이다. 당장 시중에 유통중인 현금 규모의 감소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급 호텔에서부터 노점상에 이르기까지 매출 감소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단기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인도중앙은행은 지난 7일 올해 성장률 전망을 종전 7.6%에서 7.1%로 낮췄다. 홍콩상하이은행(HSBC)도 내년 성장률이 0.7~1%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화폐개혁이 시기적으로 미국 대선 결과 발표와 맞물리면서 인도 금융시장도 출렁거렸다. 인도 증시(센섹스 지수)는 외국인 매도로 화폐개혁안 시행 뒤 6.6%까지 하락폭을 키웠다가 최근 들어 다소 안정화하는 모습이다. 달러 대비 인도 루피화 가치도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화폐개혁으로 인도에서 검은 돈의 세탁 경로이자 일상적인 소비 규모가 큰 금 거래가 타격을 입고 국제 금값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금 시장의 가장 큰 손이다. 세계금위원회(WGC)의 올 3분기 금 수요 비중을 보면 인도(29%)가 중국(27%)을 앞선다.

인도에선 화폐개혁안이 발표된 날 구권으로 금을 사기 위해 보석상에 지불하는 웃돈이 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으나, 인도 재무부가 귀금속 상인에 대한 조사를 경고하며 검은 거래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일상적인 금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인도 최대의 디왈리 축제 기간인 10월 이후 연말까지는 결혼 시즌이다. 결혼 예물로 찾는 금은 연간 소비량의 절반에 이른다. 인도 경제지 <이코노믹타임스>는 “현금 부족으로 지난달 수입된 금의 상당량이 판매되지 않은데다 이달에는 결혼식마저 줄어 금 수입량이 반토막날 것”이라며 “국제 금 시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재성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화폐개혁이 성공하면 금융거래의 투명성 확보와 세수 증가에 따른 재정 여력으로 장기적으로는 인도경제가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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