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간 시장금리 역전과 기준금리 격차 축소로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서 이탈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달러화 강세로 5년 만기 기준 두 나라 사이의 국채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14일(현지시각) 미국 5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31%포인트 급등한 2.048%로 15일 한국 5년 만기 국채 1.888%를 추월했다. 5년물 금리의 역전은 전날 근소한 차이로 이뤄졌다. 이로써 한국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채는 3년 이하로 한정되게 됐다. 시장금리 역전이 본격화한 셈이다.
이날 기준금리 차이도 미국은 올리고 한국은 동결한 영향으로 미 금리 상단 기준으로 0.5%포인트로 좁혀졌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본격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5일 발표한 ‘시기별 미국 금리 인상의 국내 경제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 인상기에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 순매도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국내 금리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중반 두 차례였다. 1차 인상기는 1999년 6월~2000년 5월로, 미국은 물가 불안 우려로 기준금리를 4.75%에서 6.50%로 1.7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1999년 6월부터 2001년 2월까지 두 나라 금리는 역전됐다. 이 기간에 원화 가치는 초기에는 절하되는 흐름이었지만 이후 강세로 전환됐다.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초기에 상승세를 보이다 하락세로 전환됐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미국 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후 순매도로 돌아섰다.
2차 인상기인 2004년 6월~2006년 7월에 미국은 부동산가격 급등과 물가 불안으로 기준금리를 1.00%에서 5.25%로 4.25%포인트 올렸다. 두 나라 기준금리는 2005년 8월부터 2007년 8월까지 역전됐다. 미국 기준금리 2차 인상기 동안 원화 가치는 지속적으로 절상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국내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상승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이번에도 순매도로 전환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천구 연구위원은 “현재 불안한 정책 컨트롤타워,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급랭 가능성, 기업 구조조정 진행 등 국내 경제 위험요인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결합하면 과거와 달리 국내에 주는 충격을 키울 수 있다”며 “두 나라 간 금리차 축소로 외국인 투자자본의 유출이 예상되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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