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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트럼프 압박에도 꿋꿋한 중국시장

등록 2016-11-17 22:08수정 2016-11-17 22:08

“45% 관세·환율조작국 지정 검토”
위협적 발언 쏟아내도 흔들림 없어
한국 등 신흥시장은 주가하락 영향

애플 등 생산기지 중국에 집중
미국채 최대 보유로 제재 ‘난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과정에서 중국을 지목하며 “관세 45% 부과”, 최근에는 “취임 100일 뒤 환율조작국 지정 검토” 등 중국의 대미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중국 시장은 흔들림이 없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것을 우려해 한국 등 다른 신흥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애플 아이폰을 비롯해 중국에 생산공장이 있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의 반발, 중국이 미국채 최대 보유국이라는 점 등을 들어 미국의 중국 제재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 뒤 인프라 투자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국 증시는 활황이었지만 보호무역으로 인한 수출 둔화를 우려한 신흥국들의 주가는 꺾였다. 코스피의 경우 8일 대비 17일 1.13% 빠져 1980선을 놓고 공방 중이고, 8~16일 멕시코(-7.3%), 인도(-4.6%), 대만(-3.2%) 등도 주가가 빠졌다. 하지만 중국 상하이지수는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9일 0.62% 빠졌을 뿐, 16일까지 오히려 1.81% 올랐다.

전문가들은 중국 자본시장 개방이 덜 이뤄져 대외 상황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는 탓도 있지만, 트럼프의 “관세 45%” 발언 등이 현실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관세 부과로 수입물가가 상승해 미국 소비자들이 반발할 수 있고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대미국 수출은 전체 수출에서 18%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대미국 수출의 44%는 정보통신(IT), 36%는 소비재로 구성돼 있다. 아이티 품목은 애플을 중심으로 한 주문자위탁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의 비중이 높고 소비재는 염가 제품 중심”이라며 “징벌적 관세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전세계에서 아이폰을 가장 비싸게 사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16일(현지시각) 미국 <포브스>는 “트럼프가 중국에 관세를 부과해도 애플은 미국에서 아이폰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베트남 등 더 인건비가 싼 나라로 옮겨갈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중 보호무역이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기여하진 않고 물가만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중국(홍콩 포함)은 올해 6월 기준 미국채를 1.4조달러나 보유해 미국을 제외하고 전세계에서 미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비중 22.7%)하고 있는 나라다. 트럼프의 확장적 재정정책·인프라 투자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이때 중국이 미국채를 추가로 매입해주거나 적어도 보유는 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에 강한 무역제재를 가하는 것은 부담이다. 따라서 실제 공약 이행 수준은 철강·섬유 등 일부 품목에 대한 반덤핑 제재, 개별 기업들에 대한 지식재산권·준법 문제 제기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트럼프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며 벌일 건설 등의 프로젝트에 자국 기업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고, 화석연료 증산에 나서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면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부담이 경감된다”고 전망했다. 트럼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비준에 부정적 입장을 보임에 따라,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탄력을 받으며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도 커질 수 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개별 기업은 피해를 입을 수 있지만 중국 정부로서는 전체적으로 보면 클린턴 당선에 비해 나쁠 것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 뒤 높아진 미 금리인상 기대 속에 진행 중인 달러 강세는 중국의 기업부채·자금이탈 우려감을 자극할 수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는 170%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팀장은 “트럼프가 미국 내 소득격차 등을 내세워 당선된 만큼, 이후 사회경제적 취약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불만을 대외로 돌리기 위해 중국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을 더 강화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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