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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이종우의 흐름읽기] 신흥국의 ‘트럼프 후유증’

등록 2016-11-17 16:42수정 2016-11-17 21:19

미국 대선의 후유증이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선거 이후 9일 동안 신흥국 주가가 6% 하락했다. 선진국 시장이 1% 오른 것과 대비된다. 환율도 비슷하다. 달러 대비 선진국 통화가 1% 절하되는 동안, 신흥국 통화는 5~8% 가까이 절하됐다. 신흥국 주식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의 경우 한 주 사이에 10% 넘게 손해를 본 셈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장은 2000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왜 미국 대선의 악영향이 신흥국에서 나타난 걸까? 우선 금리가 상상 이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대선이 있기 전에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할 건가에 맞춰져 있었다. ‘기준금리 대폭 인상→ 시중 금리 상승→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기본 구도였는데 이렇다 보니 출발점인 기준 금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시중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 구도가 흔들렸다.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고도 구도가 작동할 수 있게 되면서 신흥국 주가와 환율이 요동을 쳤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냐 마느냐는 오랫동안 얘기돼 온 사안이어서 시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인상 속도가 월등히 빠르지 않는 한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에 비해 시중 금리 상승은 새로운 현상이어서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된다.

보호무역을 강화할 때 신흥국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도 부담이 된다. 금융위기 이전 연평균 6%대에 달하던 세계 교역 증가율이 이제는 3%대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낮아졌다. 금융위기 이전 세계 경제는 신흥국이 물건을 만들어 미국에 판매하고, 그에 따른 무역흑자 부분이 다시 미국에 투자되는 걸 기본 축으로 움직여 왔다. 이런 구도 하에서 신흥국은 보호무역 강화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트럼프의 정책이 모호해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점도 신흥국에 부담이 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돈은 안전자산으로 몰리게 되는데, 정책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취임이 임박해서야 정책의 틀이 잡힐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신흥국 투자가 활성화되기 힘들 걸로 전망된다.

조만간 이머징 마켓의 통화와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겠지만 상승 전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미국 대선이 아니더라도 신흥국은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2월 이후 과잉 유동성을 매개로 통화 가치와 주가가 올라 투자 매력이 약해졌다. 당분간 새로운 상승을 이끌 동력이 나오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최근 이머징 마켓의 약세는 취약한 기반에 예기치 못했던 미국 대선 결과가 맞물려 반응속도가 빨라진 것일 뿐 충분히 예상됐던 상황이다. 지금 상황을 되돌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가끔 시장은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를 만들어내곤 하는데 지금이 그 상황인 것 같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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