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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금융위·거래소 설익은 공매도 대책 실효성 의문

등록 2016-10-26 16:51수정 2016-10-26 22:00

신주 발행가 결정 시점 당기면 증자 무산 위험
증자 참여 막아도 구주 사들여 차익 실현 가능
‘공매도 악용한 불공정거래 근절’ 본질은 뒷전에
공매도 제도 개선을 둘러싸고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서로 다른 처방을 내놓았으나, 시장에선 대책이 설익었거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유상증자의 기준가격 산정 시점을 증자 공시 시점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증자를 발표한 기업의 주가는 물량 부담으로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공매도를 한 뒤 싼값에 주식을 되사 차익을 얻는 기법이 자주 사용된다. 유상증자 절차를 진행 중인 삼성중공업도 공매도 물량에 시달리고 있다. 증자가 공시된 지난 8월19일 90만주 가까운 공매도가 쏟아지는 등 현재 공매도 순위 1위에 올라있다. 이에 임 금융위원장은 구주주 청약 3거래일을 앞두고 결정되는 신주 발행가를 50일 정도 당겨 확정하면 주가 하락을 노리는 공매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자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은 임 위원장이 설익은 방안을 내놔 시장에 혼선만 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공매도와 상관없이 주가가 하락해 신주 발행가에 근접하면 일반 주주들의 청약 포기로 증자에 실패하는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빈대’(공매도)를 잡으려다 ‘초가삼간’(기업의 자금조달)을 태우는 격이다. 지금도 기업들은 증자 무산을 막기 위해 시세가 떨어지면 발행가도 함께 낮추고 있다.

이번엔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나섰다. 정 이사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증자를 앞둔 기업의 주식을 공매도한 사람은 증자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를 한 뒤 시세보다 25% 안팎 싸게 책정되는 신주를 받아 갚는 차익거래 방식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신주 발행가가 결정되는 날로부터 5거래일 전까지 공매도를 한 경우 증자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정 이사장의 방안이 공매도 기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반쪽 처방’이라고 지적한다. 공매도 이후 굳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도, 주가가 하락하거나 신주 상장 물량이 쏟아질 때 싼값에 거둬들여 차익을 실현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증자 발표 이후 신주발행가가 확정되는 시점까지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과 차익거래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공매도 금지 기간이 두달을 넘기게 돼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공매도 제도 개선 논의가 핵심을 비껴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미약품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근절’이라는 본질은 뒤편으로 밀려나버린 채 곁가지 논의들만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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