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급등했다.
석 달 전만 해도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1.3%대 중반이었는데 지금은 1.6%를 기록하고 있다. 10월 들어 며칠 사이 빠르게 상승한 결과다. 이제는 금리가 장기 바닥에 도달했는지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저점에 도달했다면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될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우선 금리가 저점에 도달한 건 맞는 것 같다. 지금이 완전한 바닥이 아니더라도 그 부근일 가능성이 크다. 국채 금리가 2%대가 된 이후 반등 때마다 저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전망이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과거와 달리 정책의 구실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12월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나면 더이상 예상보다 인상 횟수가 줄고, 시점이 미뤄졌다는 사실만으로 금리가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금융완화 정책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로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그동안 금리 하락은 금리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경제 상황에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낮추려는 완화 정책이 더해진 결과였다. 12월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나면 완화 정책의 영향력이 약해질 텐데, 그런 상황이 되면 정책 부분을 빼고 경제적 요인만 가지고 금리를 판단해야 한다. 국내와 세계 경제 성장률이 2%대를 유지하고 있고, 물가 상승 압력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리 하락이 계속되기 힘들다.
그렇다고 금리가 급등하지도 않을 것이다.
오랜 시간 횡보하면서 방향 전환을 모색할 가능성이 큰데, 그 기간이 몇 년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은 36년간, 우리나라는 19년간 금리가 하락해왔다. 하락이 오랜 시간 계속됐던 만큼 방향이 바뀌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금리 상승은 박스권 상단이 어디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큰데, 1차 목표는 1.8%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금리는 연초 미국이 2~3차례 금리를 인상할 거라 믿고 있었을 때 기록했던 수치다. 정책의 영향력이 작게 반영됐던 시점이었는데, 내년도 이와 상황이 비슷할 수 있다.
금리가 하락을 멈추고 박스권 내로 움직임이 축소되어도 주식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금리의 절대 수준이 낮아 금리가 올라도 기업 이익이 줄거나, 자금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이동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금리의 영향력이 바닥에 도달해 있는 상황인데, 국채 금리가 2%대 중반이 될 때까지 금리와 주가가 따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금리를 보는 시각을 넓혀야 한다. 그동안은 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느냐 마느냐만 관심이 있었지만 이제는 시중 금리 움직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내년에는 금융위기 이후 계속해 온 완화 정책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리와 관련된 변화가 시작된 것 같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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