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는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안으로는 가계부채 부담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며 채권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채권금리는 상승 추세이고 채권형 펀드에선 자금이 빠지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는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채권금리는 상승세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보면 올들어 줄곧 기준금리(6월 이전 1.5%, 이후 1.25%)를 하회하며 하락 추세를 보이다, 9월말 도이체방크발 불안심리 확산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났던 때를 제외하고는, 8월말부터 대체로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다. 19일 금리는 1.352%로 기준금리를 상회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중 저점이었던 1.203%(7월28일)에 견줘 0.149%포인트 올랐다. 5년만기, 10년만기 국채금리도 비슷한 흐름이다.
최근 채권금리 상승 흐름은 연말로 기정사실화 된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경계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8월말부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금리인상 옹호 발언이 이어졌고, 9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인상 신호를 줬다고 해석됐다.
통상 채권값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채권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수익률 저하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채권형 펀드에서 발을 빼는 모습도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올들어 8월까지 다달이 자금이 유입되던 채권형 공모펀드(ETF 제외)에서 9월엔 2433억원, 10월 들어 17일까지 1947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사모펀드를 포함한 전체 채권형 펀드 자금도 올들어 매달 1조6000억원~4조5000억원 수준으로 순유입되던 것이 9월엔 2590억원, 10월17일까지 734억원 순유입으로 유입 흐름이 크게 둔화됐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 봤다. 미국 금리인상 외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경계감이 대두됐을 뿐더러, 국내의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이 사회적 문제가 됨에 따라 점차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가 옅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가 상승 덕에 각국의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통상 물가가 상승하면 채권 가치는 떨어진다. 다만 김홍중 한화자산운용 채권(FI)사업본부 팀장은 “10월 말부터 갤럭시노트7 단종,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부정적 경제효과 등이 지표로 확인돼 4분기 국내 경제의 어려움이 부각되면 내년 초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채권시장 약세가 일부 보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채권시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임광택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본부 상무는 “내년 국내외 경제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본다. 금리 하향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남유럽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유럽이 양적완화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 세계적으로 자산가격이 너무 올라 저금리를 유지하기 어렵다. 채권시장 강세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고 지적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