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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이종우의 흐름읽기] 배당주 투자의 선택폭이 넓어졌다

등록 2016-10-06 16:03수정 2016-10-06 21:19

미국에서 배당투자가 본격화된 건 1940년대부터다. 대공황으로 주식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져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없었던 시점에 시작됐다. 당시 투자자들은 보수적인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었는데, 성장 같이 모호한 개념보다 확실히 손에 잡히는 걸 중요시했다. 그게 배당이었다. 자산이 부채보다 훨씬 많아 부도가 날 가능성이 없고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을 최고로 쳤는데, 이런 투자 관행은 경제가 본 궤도에 들어선 195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배당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그 전에는 연말에 벌어지는 일회성 행사 정도로 생각했었다. 배당이 갑자기 관심을 끈 건 ‘가치주 투자’ 때문이었다. 2000년대 중반에 성장주가 퇴조하고 가치주가 본격적으로 부상했는데, 배당주가 가치주의 하나로 인식되면서 주가가 상승했다.

최근에 배당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우선 금리가 낮아졌다. 올해 6월에 사상 처음으로 금리와 배당수익률 간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확보할 수 있는 이익이 커진 건데, 시세 차익까지 고려하면 주식의 경쟁력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주가도 역할을 했다. 시장이 6년 내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졌다. 배당과 기대수익률 간 차이가 줄어 배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배당이 종목 선택의 한 축이 되면서 관련 종목의 주가가 올랐다. 2010년 이후 배당수익률이 높은 20개 종목의 누적 주가 상승률과 종합주가지수를 비교해 보면,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의 상승률이 61%로 22% 상승에 그친 종합주가지수보다 3배 가까운 수익을 기록했다. 조사 방법에 따라 차이가 나긴 하지만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은 수익을 기록한다는 사실은 일관되게 나타났다.

10월부터 배당투자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연말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3분기까지 실적이 좋은 기업이나 그동안 배당률이 높았던 기업이 연말에 높은 배당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이 배당을 할 수 있는 여력이 크고, 과거에 배당을 많이 해왔던 기업의 배당성향이 꾸준히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주로 통신을 비롯해 기반 산업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배당을 많이 줬었다. 문제는 이들이 배당률은 높지만 성장성이 낮아 주가가 오르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배당주가 시장의 중심 테마로 자리 잡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지금은 삼성전자까지 배당주의 한 부류로 분류될 정도로 폭이 넓어졌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서 배당 여력이 높아졌고 분기 배당 등 다양한 형태의 배당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인데, 과거보다 선택 폭이 넓어졌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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