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연중 최고치 경신하자 “팔자”
지수하락 베팅 ‘인버스ETF’ 2달새 2배
금리 인하 기대 채권형펀드 돈 몰려
지수하락 베팅 ‘인버스ETF’ 2달새 2배
금리 인하 기대 채권형펀드 돈 몰려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에도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 있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달간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이 2조원 유출됐고,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품’에도 돈이 몰렸다.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지난 1일 기준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 총액은 68조612억원이다. 지난 7월말 70조1389억원에서 한달 새 2조777억원이나 줄었다. 지난 연말 주식형 펀드 순자산 총액이 75조1867억원이었으니, 올 들어 7조1255억원이나 유출됐다.
금융위기 뒤 ‘펀드 반토막’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에서 최근 몇년간 자금을 빼는 추세이긴 하지만, 최근의 급격한 유출은 수년간 코스피지수가 1900~2100대 ‘박스권’에서만 맴도는 데 대한 관성적 대응이라는 해석이 많다. 투자자들이 코스피 2000선을 기준으로 떨어지면 사고, 오르면 소폭이나마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금리인상으로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밑돌았던 지난해 12월에는 7500억원, 중국발 금융불안으로 코스피 지수가 1800선까지 내려갔던 올해 2월에는 주식형 펀드로 6000억원가량 자금이 유입됐다. 반면 지난 7~8월에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투표 뒤 미국 금리인상 지연 기대감과 2분기 기업 실적 호조 등으로 코스피지수가 대개 2000선 이상을 유지했고, 특히 8월 이후에는 연중 최고치 경신 흐름이 이어지며 주식형 펀드 자금 유출이 가속화됐다.
주가가 더이상 오르지 못하고 박스권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코덱스(KODEX)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은 지난 1일 기준 사상 최대치인 2조1184억원을 기록했다. 이 이티에프의 순자산은 6월말 1조100억원에서 두달 새 2배로 불어났다.
반면 채권형 펀드에는 올 들어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 말 순자산 규모 85조8354억원에서 지난 1일 기준 111조494억원으로 올 들어 순자산이 25조2140억원이나 늘었다. 일반적으로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값이 오르는데, 시장에서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신용등급 상승도 채권값에 우호적이었다. 대내외 경제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저금리로 인한 기대수익률 하락도 채권형 펀드 선호에 한몫했다. 김수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에는 채권형 펀드 중에서도 신흥시장 등 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자금이 들어왔다. 다만 금리에 민감한 채권 특성상, 미국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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