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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상장사-애널리스트 ‘갈등조정위’ 출범…업계선 ‘글쎄…’

등록 2016-08-23 21:53수정 2016-08-23 21:53

금감원·상장협 등 4자간 협의체
애널리스트 독립성 보장 위해
‘IR·조사분석 업무처리 강령’도 제정
업계 “취지 좋지만 문화가 바뀌어야”
상장사들의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에 대한 압력이 잇따르자, 금융감독원 등이 애널리스트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강령을 만들고 조정기구를 출범시켰다. 업계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근본 원인과 거리가 멀어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23일 금융감독원은 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지난 6월부터 석달간 협의해(4자간 협의체) ‘투자설명(IR)·조사분석 업무처리 강령’을 제정하고 상장사와 애널리스트(증권사 기업분석가) 간 갈등이 발생할 경우 이를 조정할 갈등조정위원회를 공동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령에는 상장사는 애널리스트의 정보제공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애널리스트의 견해·조사분석자료의 내용 등을 이유로 부당하게 정보접근 기회를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담겼다. 또 상장사는 애널리스트의 견해가 자사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조사분석 자료의 수정이나 삭제를 요구할 수 없다. 단, 수치 및 인용 자료의 중대한 오류가 있을 경우는 수정을 요구할 수 있고 애널리스트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강령 제정과 갈등조정위 출범은 최근 기업분석 보고서에 대한 상장사들의 항의가 도를 넘어 애널리스트들의 독립성이 침해된다는 논란에 따른 것이다.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목표주가’(향후 6개월~1년 안에 도달이 예상되는 해당 기업의 주가)를 내리는 등 해당 상장사의 투자 모집에 ‘불리한’ 것으로 여겨지는 보고서에 대해, 상장사 쪽에서 증권사에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요구하거나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더 이상 정보를 주지 않겠다는 통보를 하는 등 독립성 침해 사례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잇따랐다. 이에 지난 4월엔 3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모여 처음으로 상장사의 행태에 대한 집단 반발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해당 기업의 적정 가치를 평가해 알려야 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상장사의 압력으로 객관적 분석을 내지 못하게 되면, 결국 투자자 피해로 이어진다.

앞으로 상장사가 미공개 중요 정보 제공 거부 등 정당한 이유를 대지 않고, 애널리스트가 기존 보고서에 적은 ‘매도 의견’ ‘목표주가 하향’ 등의 이유로 정보 제공을 거절하면 4자간 협의체의 갈등조정 대상이 된다. 갈등조정위는 매 분기 개최되고, 조정 결과는 언론에 공표될 수 있다.

강령 제정과 갈등조정위 출범에 대해 증권사 리서치업계에서는 의도는 좋지만 실효성이 담보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고위 관계자는 “지켜야 할 기준이 생긴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갈등이 생겼을 때 제3자가 합리적으로 조정해주자는 취지에도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기업들이 ‘매도 의견’을 그 기업을 ‘사업 측면에서 나쁜 회사’라고 평가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매도 의견은 단순히 재무적 관점에서 해당 기업의 주가가 적정가격보다 현재 비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나선 것은 좋지만, 금융사가 아닌 일반 상장사에 대해 얼마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 고위 관계자는 “표면적 갈등조정 뒤에도 얼마든지 우회적인 정보거절 등의 보복이 가능하다고 본다.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사실 상장사가 애널리스트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문제는 증권사 수익구조 등 구조적인 문제와 연관돼 있다. 기업분석 보고서는 투자자들에게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근본 목적이지만, 증권사 내부 수익 관점에서 보면 보고서 분석에 근거해 펀드·상장사 등에 해당 주식을 사라는 영업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증권사는 이 과정에서 매매중개 수익을 얻는다. 더구나 상장사는 인수합병(M&A) 등 중개 의뢰로 증권사들의 큰 수입원이기도 하다. 증권사가 상장사들의 압력에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고위 관계자는 “결국 상장사가 시장에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는 분석가로서의 역할을 인정해야 풀릴 문제”라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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