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주식시장과 관련한 자금 흐름이 좋지 않다. 5월 들어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선진국 펀드가 신흥 시장(이머징 마켓) 펀드보다 더한데 유출액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5월 들어 미국 관련 펀드에서 250억달러의 자금이 빠졌고, 유럽 펀드도 14주 연속 자금 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선진국 펀드의 자금 흐름이 특히 나쁜 것은 중앙은행들이 내놓은 정책이 효과적일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가 부양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정책에 기대까지 낮아져 자금 유출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가라도 낮다면 이런 현상을 늦출 수 있을 텐데 두 달 가까이 주가가 오르면서 저가 메리트가 사라져 버렸다.
지난 몇 달간 이머징 마켓 펀드의 자금 유입이 선진국보다 양호했다. 3월에 특히 그랬는데 3주에 걸쳐 60억달러가 들어올 정도였다. 5월 들어서 이머징 마켓 펀드 역시 상황이 급변했다. 큰 폭의 자금 유출에 시달리고 있는데, 지난주에는 올 들어 두 번째로 많은 자금이 빠졌다. 선진국과 이머징 마켓을 가리지 않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위험자산 쪽으로 자금 흐름을 돌리기 위해서는 경기 회복이 필요하다. 주식시장의 매력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인데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근본적인 부분을 제외할 경우 미국의 금리 인상 향방이 중요하다. 금리 조정이 계속될지 여부에 따라 자금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6월에 미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이번 경기 사이클에서는 금리 인상이 사실상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유럽과 신흥국 경기에 대한 우려는 물론 미국 경제에 대한 확신도 부족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경우 유동성 공급이 더 늘어날 것이다. 신흥국 쪽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특히 커질 텐데, 작년 상반기 이후 670억달러가 유출될 정도로 신흥국의 자금 흐름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에 대비해 자금 이탈이 이루어졌으므로 금리 인상이 중단될 경우 더 이상의 자금 이동이 없어질 것이다.
문제는 경제에 대한 판단이다.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 유보를 금리를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미국 경기가 좋지 않다는 쪽으로 해석할 경우 자금 이탈 규모가 커질 수 있다. 경기 둔화에 대한 실망이 금리 인상 중단이라는 호재를 압도하기 때문인데, 금리 인상 중단이 경기 둔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는 꼴이 된다.
주가가 오르면서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줄어들고 있다. 국내외 모두 주가를 현 수준보다 더 끌어올릴 능력이 없는 상태다. 자금 흐름에서 새로운 물꼬가 터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멘텀’(전환의 계기)이 필요해 보이나 기대를 걸어볼 만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선진국과 신흥국 주식형펀드 누적 유입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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