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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이사회, 경영승계 정책 마련해야”

등록 2016-04-18 20:24수정 2016-04-18 20:39

한국거래소·기업지배구조원
‘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안 발표

주총 소집공고는 4주 전에
사외이사, 3곳 이상 겸직 금지
주주 보호 강화…구속력은 없어
의견 수렴 거쳐 6월중 확정 공표
기업 경영 투명화를 위한 시장의 자율적 가이드라인인 ‘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안’이 발표됐다. 이사회에 경영승계 정책 마련을 요구하고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4주 전에 하도록 하는 등 상법보다 까다로운 경영 감시, 투자자 보호책이 제시됐다. 법적 구속력은 없는 만큼 시장참여자들의 자율적 참여가 관건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18일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개정안을 발표했다. 모범규준은 1997년 외환위기 뒤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를 받아들여 재벌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1999년 처음 제정됐다. 2003년 한 차례 개정한 뒤 13년 만에 두 번째 개정안이 나온 것이다. 법령이 아니고 민간이 제시하는 규준인 만큼 구속력은 없다.

개정안은 이사회가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최고경영자의 능력 검증을 위해 요구되는 자질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고 후보 선정과 육성은 물론 수년간 관찰·평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2~3세 승계 진행이 가속화됨과 동시에 지배구조 리스크에 직면한 삼성·롯데 등 국내 대기업의 상황을 반영했다.

정재규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이 원칙이 지켜지면 낙하산 인사와 재벌그룹의 검증되지 않은 가족승계가 어렵게 된다. 최고경영자가 건강 등의 문제로 갑자기 일을 할 수 없게 된 비상시에 기업이 입는 경제적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다. 당장 실효성이 없을 수 있지만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개정안은 사외이사가 3개 이상의 회사에 겸직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직무 수행에 시간과 노력이 분산된다는 이유다.

주주권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개정안은 적어도 주총 4주 전에 주주에게 주총 일시·장소·안건을 통보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행 상법상 주총 소집공고는 주총 2주 전에만 내면 된다. 이는 주총 안건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는 물론 주총 참석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특히 주주 제안을 준비하는 소액주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해왔다. 또 주총에서 현재 박수·거수 등 비공식적 방식을 통해 의결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 투표용지를 통한 공식 투표 및 안건별 주주의 찬반 비율을 공시하도록 권고했다.

자산운용사·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에게 주주권 행사의 내부규정을 제정해 공표하고 의결권 행사, 주주 제안 등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라는 권고도 담겼다. 기업지배구조원 조사를 보면, 지난해 기준 민간 기관투자자의 경영진 제안 안건 반대율은 1.5%에 불과하다. 정 연구위원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법에 의한 규제보다 시장 규율에 의한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는 분위기가 마련됐다. 의결권 행사 등에서 중요한 시장참여자인 기관투자자 관련 규준을 새로 만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개정안은 모범규준 적용 대상을 종전 자산 1조원 이상 기업에서 모든 기업으로 넓혔고, 사회책임경영 보고서와 비재무정보도 거래소에 공시해 더 많은 투자자가 볼 수 있도록 권고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5월 말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마치고 6월 중 개정안을 공표할 예정이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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