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주가가 상승하려면 이익이 늘어나야 한다. 당분간 선진국 정부가 획기적인 경제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 기업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연초만 해도 미국 기업의 1분기 실적이 소폭 늘어날 걸로 예상됐는데 지금은 8% 감소로 전망이 바뀌었다. 에너지, 원자재 기업의 실적 둔화가 원인이지만 나머지 업종들도 상황이 좋지 않다. 예상대로 이익이 줄어든다면, 미국 기업 이익은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째 줄어드는 셈이 된다.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간이다. 감소율도 2009년 1분기에 -26.9%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크다. 당시는 금융위기의 영향력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익이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지금 실적이 그 때와 비교된다는 건 이익이 굉장히 안 좋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미국 시장이 1년 넘게 힘을 쓰지 못하고, 지금도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실적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국내는 그나마 선진국보다 낫다. 1분기 영업이익이 3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 정도 줄어드는데 그칠 전망이다. 올 초 6% 감소에서 꾸준히 회복된 건데 화학, 철강업의 이익이 늘어나고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1조원 이상 많은 이익을 올린 게 실적 개선의 계기였다.
앞으로 이익과 관련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실제치가 예상치를 넘을 수 있을지 여부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이익 모멘텀 강화를 통해 주가가 오를 수 있다. 가능성이 있는데, 실적 발표가 임박할수록 이익이 증가하는 업종이 늘어나고 있고 2월까지 계속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비용 구조도 개선됐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2~3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나아질지 여부다. 시장에서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4분기에 이익 증가율이 두 자리수를 기록할 거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아직 1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높은 기대를 감안할 때 당분간 이익이 주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걸로 기대된다.
이익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지나친 기대는 피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올해 분기별 영업이익이 37조원 안팎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분기가 가장 많아서 39조, 4분기는 이익이 줄어도 36조는 될 걸로 보고 있다. 이런 흐름은 과거 우리 기업의 이익 패턴과 맞지 않는다. 그동안 분기별 이익은 1분기에 가장 많고 4분기에 가장 적은 계절적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연말에 비용을 한꺼번에 계산하는 회계 관행 때문인데, 이런 패턴이 나타나지 않을 걸로 전망한 건 미래 이익을 너무 긍정적으로 전망한 데 따른 결과로 판단된다. 이익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영향력을 정확하게 가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상장기업 영업 이익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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