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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증권집단소송’ 도입후 첫 재판…11년 걸렸다

등록 2016-04-06 20:19수정 2016-04-07 14:56

ELS피해 2명, 캐나다은행 상대 소송
대법 허가…승소땐 피해자 모두 구제

허가 3심에 본안 3심 등 수년씩
법원 소송허가 받는 데만 6년 걸려
장기간 소송 힘들어 ‘실효성 논란’
증권관련집단소송제도란

증권의 매매 또는 그 밖의 거래 과정에서 여러 사람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이 가운데 1인 또는 여러 명이 대표당사자가 돼 수행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2005년 도입됐다. 대표 소송 승소 때는 집단소송의 효력이 자동으로 미치게 돼 모든 피해자들이 일괄 배상을 받게 된다.

증권관련집단소송의 첫 본안 심리가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무려 11년 만에 열릴 수 있게 됐다. 본안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법원의 소송허가를 받는 데만 수년이 걸리다 보니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기간의 소송을 감당하기 벅찬 일반인들은 집단소송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 다수의 피해자를 한꺼번에 구제하고자 한 제도의 취지가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은 양아무개(61)씨 등 2명이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를 상대로 낸 증권집단소송의 재항고심에서 소송을 허가한 원심 결정을 최종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원고들이 소송을 제기한 게 2010년 1월이었으니 본안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데만 6년여가 걸린 셈이다. 앞으로 양씨 등 2명이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 435명도 동일하게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양씨 등 437명은 2008년 5월 한화증권(현 한화투자증권)이 판매한 ‘한화스마트 10호 ELS’에 총 68억7660만원을 투자했다. 기초자산인 에스케이(SK) 보통주의 주가가 최초 기준가격의 75% 이상(11만9625원)이면 22%의 투자수익을 얻고, 그 이하면 원금의 25%를 손해 보는 조건이었다. 만기상환 기준일인 2009년 4월22일 해당 주가가 기준가격을 넘는 12만4000원에 거래되자 로열뱅크오브캐나다는 보유 중이던 에스케이 주식을 대량 매도했고 종가는 11만9000원으로 떨어졌다. 결국 투자자들은 25%가량의 원금 손실을 입고 51억원만 돌려받았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는 한화증권과 상환금 지급 위험을 피하기 위한 운용계약(백투백 헤지)을 체결한 상태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 은행이 고의로 시세조종을 했다고 보고 소를 제기했다.

증권관련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제기된 소송은 9건 남짓이다. 이 중 법원에서 집단소송 허가 결정을 받은 것은 2010년 2월 진성티이씨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허가 뒤 화해가 이뤄져 본안 심리는 열리지 않음)과 이번 결정 2건뿐이다. 현재 지에스(GS)건설 분식회계에 관한 집단소송, 동양그룹 회사채·기업어음(CP) 발행 피해에 관한 집단소송 등이 법원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집단소송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로는 허가(3심제)에만 수년이 걸리고 그 뒤에도 3심제인 본안 소송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 기간을 개인인 원고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집단소송 전문가인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집단소송으로 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소송 남발을 막고자 하는 허가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다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원래 취지를 살려, 불허됐을 때만(원고 쪽에서만) 항소할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단소송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1월 김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집단소송의 적용 범위를 비상장법인으로 확대하는 법률 개정안을 내기도 했다. 집단소송을 증권에만 한정하지 말고 카드사 정보유출 피해, 담합 등 피해의 정도를 일반화할 수 있는 전 분야로 확대하자는 주장도 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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