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급락하던 주가가 안정을 찾았다. 중국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고 선진국 은행들이 양적 완화를 늘리겠다고 발표한 게 주효했다. 당분간 종합주가지수 1800이 다시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그럼 정책 효과는 얼마나 계속될 수 있을까? 시장을 전망하기 위해 한번 짚어봐야 할 문제다. 유럽 양적 완화의 효과는 2014년 11월 처음 안이 발표됐을 때가 가장 위력적이었다. 독일 주가가 다음해 4월까지 50% 넘게 상승할 정도였다. 작년 12월에 양적 완화와 관련한 두 번째 조치가 있었다. 1차 양적 완화의 기간을 6개월 연장하는 게 내용이었는데, 주가는 발표 이전에 20% 가까이 상승했다가 발표가 나면서 하락세로 바뀌었다. 전체 상승 기간과 폭이 1차에 비해 크게 줄었음을 알 수 있다. 비슷한 모습이 미국에서도 나타났는데, 3차 양적 완화로 인한 주가 상승률은 1차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였다.
정책은 주가를 안정시키는 구실을 할 뿐,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지금처럼 정책이 수 차례 반복된 경우는 더 그렇다. 이유는 간단하다. 양적 완화와 유동성 공급이 실물 부문 개선으로 연결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이 현실화되기 전까지 정책은 재료 구실밖에 할 수 없어 정책이 발표되는 시점에 주가가 올랐다가 기억이 희미해지면 다시 하락하는 일이 반복된다.
몇 차례 양적 완화는 실물 부문에 인상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조차도 경기가 더 나빠지는 걸 막는 구실을 했을 뿐이다. 선진국 대부분이 쓸 수 있는 정책 대부분을 사용했지만 세계 경제를 제 궤도에 올려 놓는 데 실패했다. 지금은 정책이 한계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정책의 역할이 제한적이지만 주가 하락도 커, 당분간 시장이 정체 상태에 머물 걸로 전망된다. 종목별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중소형주와 낙폭 과대 대형주라는 상반된 두 축에 의해 움직일 걸로 전망된다.
중소형주는 작년 8월까지 시장을 끌고 왔고, 단기에 높은 수익이 발생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다. 문제는 가격이다. 지금 주가는 기업실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이 약간 변동하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만 돼도 주가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낙폭 과대 대형주는 은행을 비롯해 건설, 항공 등 다양하다. 전제되는 부분이 있는데 작년 4분기 실적이 양호하든지, 최소한 회복 가능성을 보여준 종목이어야 한다. 작년에 가격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종목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상당히 손실을 봤다. 그 과정을 통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가격도 제한적인 상승 동력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P500지수 추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