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최장기간 연속으로 주식을 팔아치웠다. 국제 유가 하락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지면서 신흥국뿐 아니라 선진국 증시에서도 자금이 이탈하는 상황이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28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순매도세는 지난해 12월2일부터 이날까지 거래일 기준 33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졌다.(1월6일 한국항공우주 블록딜로 인한 순매수 제외) 2008년 6월9일~7월23일 사이에 있었던 33일 연속 순매도(총 8조9834억 규모) 이래 가장 긴 기간이다. 이번 연속 순매도 기간 동안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5조7927억원어치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8.82% 하락했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졌다. 유동성의 힘으로 한국 주가지수가 상승세이던 지난해 상반기에는 8조2210억원가량의 외국인 자금이 증시에 유입됐지만, 지난해 8월 중국의 위안화 절하 여파와 당시 9월로 예상됐던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자금 이탈이 본격화됐다. 특히 연말 유가 하락이 가속화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노르웨이 등 산유국 자금이 급속하게 빠져나갔다. 12월 미국 금리 인상이 확정된 뒤 순매도 규모가 잠시 줄어들었지만, 1월 들어 중국 증시 폭락과 함께 중국 시장 위험이 재부각되면서 또다시 유출 규모가 커졌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2조4342억원에 이른다.
지난해까지는 유가 하락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이 겹쳐 투자자들이 신흥국 증시에서 투자금을 거둬들이는 모습이었다면, 올해 들어서는 중국 경기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선진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금융정보업체인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 리서치’(EPFR)가 조사한 글로벌 펀드 자금 유출입 현황을 보면, 최근(지난해 12월13일~올해 1월13일) 미국·유럽 등 선진국 주식형펀드에서 187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반면 더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지는 채권형펀드에는 같은 기간 57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위안화 약세 기조와 맞물려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환차손 탓에 외국인 자금 이탈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융시장의 변화는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수요 하락으로 위안화·원화 등 신흥국 통화 약세가 수출 증가보다는 외국인 자금 이탈로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산유국·신흥국 모두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 매도세에 기관까지 가세하면서 전날보다 44.19(-2.34%) 내린 1845.45로 거래를 마쳤다. 중국 증시 폭락으로 휘청였던 지난해 8월24일(1829.81) 이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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