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12일 열렸던 23대 농협 중앙회장선거에서 후보들이 현관에서 대의원들을 맞이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원, 최덕규, 박준식, 이성희, 하규호, 김순재 후보. 연합뉴스
첫 호남출신 김병원 당선 관련
“결선 전 김 후보 지지 문자 돌아
1차 탈락 최덕규, 김 후보와 유세”
선관위 의뢰로 검찰 수사 나서
“결선 전 김 후보 지지 문자 돌아
1차 탈락 최덕규, 김 후보와 유세”
선관위 의뢰로 검찰 수사 나서
지난 12일 김병원 후보자가 당선된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중앙선관위는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김병원 후보자가 당선된 12일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불법 선거운동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선거 전담 부서인 공안2부(이성규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 결선투표를 앞두고 ‘2차에서는 김병원 후보를 꼭 찍어달라’는 문자가 선거인단의 휴대전화에 보내졌다. 아직 문자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문자에는 1차 투표에서 떨어진 최덕규 후보의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시 1차 투표가 끝나고 최 후보가 김 당선자의 손을 들어올린 뒤 함께 투표 장소인 농협중앙회 대강당을 돌아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최 후보는 경남 합천가야 농협 조합장으로 애초 결선 진출이 유력했으나, 3위에 그쳤다.
중앙선관위는 최 후보 명의의 문자가 전송된 것이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66조의 ‘각종 선거운동 제한’ 조항을 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조항을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농협중앙회는 한동안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단 김 당선자는 3월에 열리는 2015년 결산 총회 뒤 4년 임기의 회장직을 시작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사안을 기소해 재판에 넘기면 그때부터 김 당선자는 불안정한 신분이 된다. 또 만약 김 당선자가 최종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이번 사안이 정부나 최원병 현 농협중앙회장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총선이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235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농협회장에 호남 출신이 당선된 것이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직 최 회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성희 전 낙생농협 조합장이 낙선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당선자는 과거 2차례 선거에서 최 현 회장의 경쟁자였다.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선 수도권의 이성희 조합장이 104표를 얻어 91표를 얻은 김 당선자, 78표를 얻은 최 후보를 앞섰다. 그러나 2차 투표에서는 영남 출신인 최 후보의 표를 대거 흡수한 호남 출신 김 당선자가 163표를 얻어 126표를 얻은 이 후보를 꺾었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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