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다음주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 기준금리가 0.25%가 된지 84개월, 2006년 마지막 금리 인상 이후 114개월 만의 일이다.
일단 인상이 시작되면 모든 관심은 속도에 모일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내년 말까지 적으면 3번, 많을 경우 4번까지 금리를 인상할 걸로 전망하고 있다. 이 예측대로라면 내년 말 미국의 기준금리는 1.0~1.25%가 된다. 매년 여덟 번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회의가 열리니까 네 번에 한번 꼴로 금리를 인상할거란 얘기가 된다.
금리 인상 이후를 생각해 보자. 추가 금리 인상 여부는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한번 인상한 뒤 그 효과를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치에 맞지 않는 얘기다. 금리 인상이 경제지표의 변화로 연결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낮은 금리에서는 변화를 감지하기가 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 결과를 보고 정책을 결정한다는 가정은 현실성이 없다. 미국 정부가 자기들의 필요에 따라 스스로가 정한 기준에 의해 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2015년 미국의 성장률은 2.3%가 예상되고 있다. 11월 말 현재 실업률은 5%다. 과거 이런 상황일 때 미국의 기준 금리는 2%대 중반에서 4%대 초반 사이에 있었다. 옛날 기준으로 보면 금리를 추가로 빠르게 올려도 이상할 게 없다. 인상에 제동을 거는 요인도 있다. 물가 상승률이 0.1%에 지나지 않는데, 전통적으로 금리 인상을 촉발했던 요인이 아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인플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 외에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를 정상으로 끌어올려 향후 정책을 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따라서 미국 중앙은행이 적정 수준이라고 판단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을 제어할 수 있는 요인으로 달러 강세를 꼽고 있다. 미국 기업 이익의 40% 정도가 국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지나치게 강해질 경우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유가도 마찬가지다. 배럴당 40달러가 깨진 상황에서 달러 강세로 유가가 더 하락할 경우 신흥국 경제가 망가질 수 있다.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달러 강세를 초래하는 금리 인상을 자제할 거란 전망이다. 그러나 1990년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대에서도 미국이 기준금리를 6%대까지 올린 적이 있다. 달러 강세로 미국 기업의 국외 이익이 줄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 달러 강세와 유가 하락 때문에 미국이 금리 인상을 자제할 거란 얘기는 설득력이 약하다. 금리 인상이 시작된 뒤에도 주식시장은 금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미국 금리 인상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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