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대우전자 300억어치 계열사에
그룹 “동참 취지”…김 회장은 불참
금감원 “법 위반 소지 있다” 경고
그룹 “동참 취지”…김 회장은 불참
금감원 “법 위반 소지 있다” 경고
동부그룹이 계열사 직원들에게 은행대출까지 알선하며 동부대우전자의 회사채 300억원어치를 사게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동부그룹은 지난 1월에도 동부대우전자 임직원들에게 143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매입하도록 했으며, 2014년 자금난에 시달리던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이 7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할 때도 계열사 직원들에게 자사주를 강매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9일 동부그룹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회사는 지난달 26일 직원들을 상대로 투자설명회를 열어 동부대우전자가 오는 14일 발행할 예정인 회사채를 사도록 요구했다. 이 설명회에는 동부대우전자뿐 아니라 동부화재·동부하이텍 등 계열사 직원들까지 참여했다. 회사는 전자·화재·하이텍 직원 중 과장급한테는 1000만원, 차장·부장급한테는 2000만원, 임원급한테는 5000만원의 ‘할당량’을 정해줬다. 자금이 부족한 직원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대출 알선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화재 직원은 “이번주 초엔 한 시중은행이 아예 회사 안에 부스까지 차려놨다. 100여명이 줄을 서서 대출 상담을 받는 진풍경이 벌어졌다”며 “이 은행이 상담 하루 만에 연 3~3.5%의 신용대출로 1000만~2000만원씩을 통장으로 넣어줬다”고 말했다.
동부전자가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지난해 연말부터 추진된 중국 톈진공장 이전 및 광주공장 제조라인 개조·정비 등에 쓸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의 차장급 직원은 “제철과 건설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회사가 주식을 계열사 직원들에게 강매했고 지금까지 30~40%의 손해를 봤다”며 “당시 아내 모르게 받은 대출금을 아직도 상환하지 못했는데, 또다시 2000만원씩이나 대출을 받아 언제 망할지 모르는 회사의 회사채를 사라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 관계자는 강요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채는 1년 만기에 이자율이 6.5%니 손해 볼 일이 없다. 회사가 조금 어려우니 동참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4년 유상증자에 이어 이번 회사채 매입에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방식의 회사채 발행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최근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를 불러 경고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50명 이상에게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공모채권 형태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동부대우전자가 이를 누락했다”며 “지난 1월 회사채 발행 건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 문제가 드러나면 제재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동부대우전자는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아들여 다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